2017년 6월 26일 월요일

<연애담> (1) 보고 나서 바로 생각나는 것 적기


1. 요즘 영화를 잘 안 보고 있었는데 비평회에 억지로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 보게 되었다. 갖춰진 형태의 글을 써서 가야 하기 때문에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마구 적어보기로 한다.

2. 원래 이 비평회가 페미니즘을 위해 영화를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을 해서 기대를 안 했다. 영화는 재밌게 잘 봤다. 이거 전에 <돈 존>이라는 영화를 봤다. <돈 존>이랑 <연애담> 둘 다 연애하는 영화다. 내가 연애하기 전에는 몰랐겠지만 직접 겪어본 것들이 있으니 이제 영화에서 공감가는 지점들이 보인다.

3-1. <연애담>이라는 영화 후반부를 보면서 느낀 건. "어긋나는 순간들". 사람들이 살다 보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타이밍의 문제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두 여자의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엇갈림으로 인해서다. 서로는 각자의 힘든 사정들을 공유하지 않고 혼자서만 끙끙대다가 문제를 연애 쪽으로까지 번지게 만든다.
3-2. 연인이면 서로의 힘든 것들도 공유하는 관계가 아니던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윤주는 지수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밤에 일하는 것이 위험하니까 낮에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 권유해 보지만, 지수는 다시 찾아온 옛 연인 때문에 심란한 마음에 자기 일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3-3.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영화 속 이 커플은 서로의 힘든 것들을 공유하지 않는다.
(이 문단 앞뒤도 잘 안 맞고 문장이 더 안 나오네... 보류)

4. 성 담론에 예민한 이들의 모임이라 내가 실수하진 않을까 고민한다. 영 별로다 싶으면 깽판이라도 치고 나오고 싶은데 내가 그럴 성격은 못 된다.

5. 연기. 수염난 남자 연기 정말 별로였다. 어느 영화에나 한명쯤 있는 감초 역할 포지션인 것 같은데 연기가 딱 옛날 시트콤 [논스톱] 느낌이다. 어디 학원에서 배웠는지 우리가 살면서 쓰지 않는 억양을 구사한다.
이 영화를 살아있게 해준 배우가 바로 윤주를 연기한 이상희 배우. 이 사람의 색이 있다. 표정 겉으로 잘 안 드러내고. 근데 혼자 있을 땐 그 작은 몸에서 다 퍼져나와서 귀엽고. 옷은 펑퍼짐한 맨투맨 입고 다니고. 얼굴 별로 안 예쁘고. 연기는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 혼자서 영화 다 이끌어나간다. 이 배우 없었으면 이 영화에서 눈 둘 곳 없었다. 눈을 둘 가치가 있는 곳이 바로 이상희 배우였다.
류선영 배우가 연기한 지수. 생긴 게 개성 없이 예쁘다. 별 느낌 안 들었다. 근데 잠자리에선이 여자가 리드한다. 베드신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좋았다. 둘이서 주고받는 것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난다. 자기 색을 찾는다면 좋을 것이다.

6-1. 이야기는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하고, 근데 거기에 장애물이 등장하고. 그래서 해결하거나 못 풀거나 하는 그런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간다.
6-2. 퀴어영화는 일반적인 남성 여성 연애영화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6-3. 퀴어영화로서의 정체성은 내가 생각하던 것 그대로 나타났다. 여자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 여자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마음을 드러내지 못 한다. 남자가 없으니까 주위에서 남자친구 없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억지로 남자를 소개받기도 한다. 커밍아웃해서 친한 친구를 잃기도 한다.

7. 둘은 성 정체성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어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윤주는 32살의 나이에 미래에 무슨 일을 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8-1. 윤주가 커밍아웃한 룸메이트는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미리 말했어야 하는 문제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잠재적으로 자기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상대와 함께 산다는 것에는 많은 긴장이 요구된다. 룸메이트는 당연히 윤주가 동성에게 성애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무방비상태로 집에서 지냈을 것이다.
8-2. 남자얘기도 나누고. 그동안 룸메이트가 봐왔던 윤주는 거짓된 윤주였던 것이다.
8-3. 이 말을 듣는 어느 동성애자는 '누가 너 좋아해 준대?'라는 식으로 날카롭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8-4. 나는 윤주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동성 룸메이트와 함께 산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윤주의 시각에서 전개되기에 그의 답답함 또한 이해가 갔다.

9.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퀴어 얘기로 시작을 할까도 싶은데 관심이 많지 않은 분야라서 진심을 안 담아 글을 쓴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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