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8일 수요일
<리얼> (1) 그녀의 노출, 영화의 문제점들
친구들과 헤어진 곳이 극장이라서
<리얼> 개봉한 날이라서
설리 얘기를 했기에
내친 김에 공짜 표로 혼자 <리얼>을 보기로 했다.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설리의 노출신은 과연 어느정도인지, 그리고 언제언제 나오는지.
그렇게 해서 한 시간 정도만 보다가 나오기로 결정을 하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200석 정도 되는 극장. 앞줄 몇 줄 빼고 자리는 꽉 차 있었다.
이딴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 주다니..
혼자도 아니고 친구나 애인을 동반해 여럿이서, 비싼 티켓값 내고, 팝콘과 콜라도 사서..
그에 반해 <리얼>보다 상영관은 적어도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 충분한 관심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 관심은 첫번째로 설리, 두번째는 <리얼>의 실체였다.
설리가 나오는 장면을 찍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진 못 하고,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장면 하나.
통유리 너머 밤도시를 배경으로 온 몸에 문신을 한 김수현이 근육을 뽐내며 욕조에 걸터앉아있다.
설리가 가운을 입고 온다. 설마?
가운을 벗는다. 컷으로 얼굴과 가슴을 나누는 트릭 따위는 없었다.
그녀가 인스타에 올리곤 했던 한 겹의 옷 너머에 숨어있던 가슴을 드디어 마주했다.
금세 지나간다.
다음 컷은 맨 몸의 그녀가 욕조에 걸터앉는 뒷태를 보여준다.
생각보다 굴곡이 있는 몸이었다.
겉멋 듬뿍 담긴 무의미한 대사들이 지나간다.
드디어.
설리는 김수현에게 키스를 하려는 듯 싶지만
이내 그녀 얼굴은 김수현의 성기 쪽으로 향하고, 오랄 섹스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는 꽤나 멀리서 그 상황을 측면으로 잡는다.
엎드려서 김수현의 그것을 빨고 있는 설리의 옆태, 엉덩이가 보인다.
또 다른 장면.
제 2의 김수현은 제 1의 김수현을 닮기 위해 방금 그 장면을 다른 여자와 따라한다.
그 여자는 가슴도 더 크고, 김수현과 하나가 되어 들썩이는 뒷모습 전체 또한 매력적이다.
제 2의 김수현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뜬금없이 제 1의 김수현과 설리의 섹스 영상이 흘러나온다.
옆으로 누워서 격하게 섹스하는 모습. 두 배우의 상반신만 잡힌다.
가슴을 여러 번 쥐었다 놨다 한다.
소리도 났나? 잘 기억은 안 난다.
여기서는 그녀의 가슴을 좀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었다.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하나 더.
속옷 차림으로 옷을 입는 뒷모습 장면이 하나 있다.
아마도 '그녀의 몸을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CG를 썼다'는 장면이 이 장면과 맨 처음에 말한 뒷태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인스타에서 하던 것처럼 브래지어 없이 등장하는데 별 건 없다.
이후로 그녀의 노출 장면이 언제언제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에 액션 씬들을 좀 감상하다가 일어나서 극장을 나왔다.
러닝타임 딱 절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내가 <리얼>을 본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소문이 무성한 이 영화의 실체를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요즘 컬트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완성도 낮은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클레멘타인>과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리얼>이 의외로 매력적인 구석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내심 기대까지 했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한 평을 누가 더 웃기게 내리나 하면서 즐기고 있는데, 최악까진 아니었다.
다만 미디어 아트에 가까울 정도로 휘황찬란한 영상들과 예쁜 색 조명들 덕분에 눈 뜨고 멀뚱히 영상 지켜보기에는 좋았다.
하지만 이런 눈요깃거리들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쁜 쓰레기.
<리얼>은 잘 만들고 싶었으나 잘 못 만든, 하나도 매력 없는 실패한 상업영화이다.
내가 느낀 <리얼>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해 본다.
첫번째, 문어체 대사와 부자연스러운 연기.
<내부자들>에 나왔던 조우진 말고는 아무도 연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 한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 100%가 사람들이 살면서 저런 말을 하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겉멋만 들어 있다.
대사를 정말 못 쓴 거다.
김수현이 연기를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일단 대사가 이상하니 뭘 해도 연기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매우 저렴한 아이디어로 인해 영화 내내 별 의미 없는 껌을 씹고 다니고, 센 척 하는 욕을 내뱉는다.
그나마 영화 내내 얼굴이라도 비추는 김수현 말고는 아무도 그럴 듯한 하나의 인물로 살아 숨쉬지 못 하고 그저 극 진행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된다.
배우들이 도저히 몰입을 할 수가 없는 있으나 마나 한 대사들이 문제였다.
대사를 통해 무엇을 뭘 해야 하나도 고민이 없는 각본이다.
대사 없이 상징적인 영상의 연결로만 진행되는 몽타주 장면들이 있는데, 낯뜨거운 연기 안 봐도 되니 이런 장면들이 차라리 나았다.
두번째, 극 진행 능력 부족
대사가 있는 장면들도, 대사 없이 진행되는 장면들도 그 영화가 <리얼>인 이상 관객을 이해시킬 수는 없다.
김수현의 어느 자아가 식물인간을 죽이는 장면부터 이해가 안 갔다. 극 초반에 나오는 장면이다.
관객을 전혀 염두하지 않은 건지 영화 진행이 완전 제멋대로이다.
영화의 시퀀스들은 그 시작과 끝이 이상하게 잘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잘려 있다.
주인공들이 열심히 악당들 때려눕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불타는 건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옆 건물에는 멀쩡히 대화 중인 주인공들이 있다.
이거 보고 바로 주저없이 극장에서 나왔다.
세번째,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모르는 카메라
이 단점은 액션 씬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수현이 탄 차를 세 명의 칼 든 사내들이 습격하는 장면에서 탄식이 나왔다.
카메라는 차를 중심에 두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돈다.
붉은 빛이 살짝 비치는 매우 어두운 조명 상태때문에 배우들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간다.
그리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액션과 전혀 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몸의 움직임들은 관객의 시선이 닿지 못 하는 곳에 놓이고 만다.
그럴듯한 조명, 그럴듯한 차 갖다놓고 액션배우들 데려다 만들었지만 연출 감각이 없어 보기 불편한 액션 씬이 탄생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따위 영화를 가지고 글을 쓰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내가 매우 한심하다.
일단은 여기서 접고 더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이어서 적도록 하겠다.
관객수는 제발 100만도 안 들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 드는 이름 모를 관객들의 티켓값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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