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패를 다루는 영화를 보면 기분이 너무 나빠져 <내부자들>을 기피하고 있었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베테랑> <부당거래>를 보면 속에서 끓어올랐던 분노가 <내부자들>을 볼 때는 한없이 잔잔했다. 잔인함의 강도로 치자면 더하면 더했지 덜한 영화는 아닌데 말이다. 왜 그랬을까.
F 정치 용어.. 사투리..
<내부자들>은 쏟아지는 대사로 정보를 전달한다. 많이 낯설고 어려운 언어들로 인해 상황 파악을 하느라 잠시 애 먹었다. 말이 많은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내부자들>은 말만 많다. 사실 아직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F 리듬
감독판이든 극장판이든 하나의 영화로서의 짜임새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본 130분짜리 극장판은 완성체의 느낌이 아니었다. 따라가기 힘든 리듬이었다. 예를 들자면, 사건의 진행을 위한 초석을 까는 과정이 후반부의 진행속도에 비해 너무 루즈하다. 잔인함의 강도에는 단계가 없어 영화 분위기상 흉하게 돌출된 느낌이 크다.
F 대한민국 대한민국.. 몰디브..
정말 수준 낮은 대사들이 있다. 딱 두 가지만 언급하자면, "대한민국 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까라면 까는 게 대한민국 검사여~ 이 대사때문에 <내부자들> 진짜 안 보려고 했다. 모히또니 뭐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농담은 이 영화에서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면서 엔딩을 장식하기까지 하는 엄청난 잘못을 범한다.
<내부자들>은 내게 굉장히 비현실적인 영화로 다가왔다.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표현하는 부정부패의 정도가 너무 과하다(성접대 파티에 신체 절단까지 정치인의 깔끔한 면모란 찾아볼 수 없다). 진짜 정치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말 그대로 정치의 탈만 가져다 쓴 느낌이다. 굳이 복잡하게 꼬아놨던 사건은 마지막에 가서 유치하고 허무하게 풀린다(ex 멋진 검사님과 동영상만 있으면 네티즌들이 알아서 해결). 사건의 진행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 생략된 느낌이 강했다(ex. 논설위원의 잘린 팔이 주목받지 않는 이유).
이런저런 이유로 <내부자들>을 보고 난 뒤 불만에 가득찼지만 <내부자들>은 관객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성인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주제와 영화를 가득 채운 배우들의 연기가 이유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현실과 접해 있는 악당들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적개심만 쌓고 정의는 살아있다고 외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콩밥도 먹을 만 하고 생각할 시간도 많고 나쁘진 않습니다.
오징어 씹어 보셨죠? 근데 그게 무지하게 질긴 겁니다.
계속 씹으시겠습니까?
그렇죠? 이빨 아프게 누가 그걸 끝까지 씹겠습니까...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술자리나 인터넷에서 씹어댈 안줏거리가 필요한 겁니다.
적당히 씹어대다가 싫증이 나면 뱉어 버리겠죠.
이빨도 아프고 먹고 살기도 바쁘고...
맞습니다. 우린 끝까지 질기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민족성이 원래 금방 끓고 금방 식지 않습니까?
적당한 시점에서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주면 그뿐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고민하고 싶은 이에게는 고민거리를...
울고 싶은 이에게는 울거리를...
욕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욕할 거리를...
주는 거죠.
열심히 고민하고 울고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좀 풀다 보면
제풀에 지쳐버리지 않겠습니까?
예...
오른손이요?
까짓것 왼손으로 쓰면 되죠
오징어 씹어 보셨죠? 근데 그게 무지하게 질긴 겁니다.
계속 씹으시겠습니까?
그렇죠? 이빨 아프게 누가 그걸 끝까지 씹겠습니까...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술자리나 인터넷에서 씹어댈 안줏거리가 필요한 겁니다.
적당히 씹어대다가 싫증이 나면 뱉어 버리겠죠.
이빨도 아프고 먹고 살기도 바쁘고...
맞습니다. 우린 끝까지 질기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민족성이 원래 금방 끓고 금방 식지 않습니까?
적당한 시점에서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주면 그뿐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고민하고 싶은 이에게는 고민거리를...
울고 싶은 이에게는 울거리를...
욕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욕할 거리를...
주는 거죠.
열심히 고민하고 울고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좀 풀다 보면
제풀에 지쳐버리지 않겠습니까?
예...
오른손이요?
까짓것 왼손으로 쓰면 되죠
(<내부자들> 감독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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