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팟캐스트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메가박스 센트럴 부띠끄관에서..
영화 후반부. 최민식과 애꾸눈 대호 사이의 과거 플래시백에 이어 최민식이 아들의 시체를 두고 오열한다. 감정을 이만큼 끌어올린 장면에다가 그대로 비슷한 장면을 붙여놓았다. 여러 모로 실망스런 영화지만 이 장면에서 <대호>의 각본가이자 연출자인 박훈정 감독에 대한 신뢰가 저만치 떨어졌다.
<대호>의 CG는 매우 실망스럽다. 아예 새로운 CG세계에 등장하는 새로운 크리처들과 다른 점이 뭔가 하면, 부자연스러움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과 가상의 동물의 움직임 중에서 우린 실존하는 동물의 움직임을 더 잘 안다. 그렇기에 실존하는 동물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더 쉽게 알아차린다. 내가 본 <대호>의 가장 큰 단점은 부자연스러운 CG 호랑이다. CG를 전문적으로 알지 못 하나, CG로 표현된 동물 특유의 '과한 부드러움'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나는 이 부자연스런 호랑이를 보며 '부자연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감정이입을 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이런 호랑이의 '감동을 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겨우겨우 보고 나니 그 다음엔 최민식이 울었다. 그냥 운 것도 아니고 아들의 시체 앞에서 울었다. 감정의 강도가 센 장면들을 연속 배치하는 건 피하는 게 좋았을 텐데. 이미 지겨울대로 지겨웠던 나는 거기서 그만 지쳐버렸다.
CG만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고질라>같은 착한 괴수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죽음에서는 아무것도 안 느껴졌다. 정석원 캐릭터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왜 그렇게 분노하는지 과거사가 알고 싶었다. 러닝타임이 짧은 편도 아니다. 지리산의 겨울을 이길 수 없다는 일본 고관의 말이 어쩜 그리 영화를 허무하게 만들었던지.
<악마를 보았다> 각본과 <부당거래> 각본, <신세계> 각본 연출의 박훈정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았으니 당연히 기대가 이만치 올라 있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큰 법. 그러나 박훈정 감독의 영화라는 걸 차치하고서도 이 영화는 별로였다. 가장 큰 불만은 C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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