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0일 수요일

<리얼 술래잡기> 미소녀란 없다


맥주 먹으면서.
<두더지>가 정말 좋았던 나는 소노 시온의 차기작을 보았다.






시나리오를 영화로 옮기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았다. 시나리오로 읽었을 땐, 좀 덜 혼란스러웠겠지?

영화는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이야기만 되풀이하다 끝에 가서야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소녀만이 등장하는 잔혹한 서바이벌의 세계는 미래 세계의 게임 속 세상이었다. 그 곳에서 탈출한 미츠코가 보게 된 세계는, 남자들의 세계. 게임 캐릭터를 현실화해서 그녀들을 잠자리 상대로 하는 나쁜 아저씨들의 세계.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 여자들이 대상화되는 이 짜여진 세계에서 미츠코를 비롯한 여자 주인공(그러나 남자 세계의 조연)들은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순백의 도화지같은 눈밭에서 일어나 프레임 바깥으로 달려간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봤더라면 좀 더 나았으려나. 등장인물들이 아무 이유없이 휙휙 바뀌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이 등장하는 이상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많이 혼란스러웠다. 미소녀들의 몸통이 쑥 잘려나가는 그런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이제 그만 정신 좀 차리라고.. 하는 이야기. 타겟층이 너무 확고한데 그 타겟층이 보면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이야기. <퍼니 게임>이 생각난다. 담고 있는 메시지를 떠나서 결정적인 차이는 그 영화가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호흡으로 진행되었느냐 아니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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