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31일 일요일
<밤과 안개> 유대인 학살이라는 과거를 마주하다
동아리에서 친한 형이 <밤과 안개>와 <셜록 주니어>를 묶어서 발제했다.
<밤과 안개>는 유대인 학살을 회고하는 단편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학살이 일어났던 공간에 아무도 없고 텅 빈 모습과, 흑백으로 된 처참한 기록물들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거기에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깔리는 것이 정말 좋았다.
해외의 고통스러운 역사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영화를 끝맺는 내레이션이 정말 좋았다.
"휴전이 되었지만 한쪽 눈은 언제나 뜨고 있어야 한다. 막사들 근처 사열하던 운동장 위엔 잡초가 무성하다. 황폐한 이곳엔 아직 묵직한 위기감이 감돈다. 소각로는 더이상 가동되지 않고 나치의 교활함은 오늘날 애들 장난으로 치부되고 있다. 9백만이 떼죽음을 당했다. 우리들 중 누가 이 흉측한 감시탑 위에서 새로운 사형집행자들의 출현을 경고할 것인가? 우리들과 딴판으로 생겼을까? 우리들 가운데 운좋은 카포들이나 복직된 장교들과 익명의 밀고자들이 어딘가 숨어 살겠지. 아마 믿지 않거나 보는 동안만 믿으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여태 우리가 진실된 응시를 통해 살펴본 잔해, 마치 오랜 괴물이 편린 바로 아래를 밟아 뭉개놓은 형상들을... 마치 우리가 본 영상이 과거속으로 잊혀진듯 수용소에서의 재앙이 단번에 영구히 치유된 듯 다시 희망을 잡은 척 할 수도 있겠지. 그런 일들이 단 한 번, 어떤 장소와 기간에만 있었던 척 할 수 있겠지. 우리 주변에 일어났던 일을 못 본 척, 인류의 끊임없는 울부짖음을 못 들은 척 할 수도 있겠지."
이 말은 우리나라의 과거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리라.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시체 이미지들이다.
영화 자체는 이것들을 자극적이지 않게 보여주려 한 것 같으나, 이런 이미지들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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