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8일 수요일

<리얼> (1) 그녀의 노출, 영화의 문제점들



친구들과 헤어진 곳이 극장이라서
<리얼> 개봉한 날이라서
설리 얘기를 했기에
내친 김에 공짜 표로 혼자 <리얼>을 보기로 했다.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설리의 노출신은 과연 어느정도인지, 그리고 언제언제 나오는지.
그렇게 해서 한 시간 정도만 보다가 나오기로 결정을 하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200석 정도 되는 극장. 앞줄 몇 줄 빼고 자리는 꽉 차 있었다.
이딴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 주다니..
혼자도 아니고 친구나 애인을 동반해 여럿이서, 비싼 티켓값 내고, 팝콘과 콜라도 사서..
그에 반해 <리얼>보다 상영관은 적어도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 충분한 관심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 관심은 첫번째로 설리, 두번째는 <리얼>의 실체였다.
설리가 나오는 장면을 찍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진 못 하고,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장면 하나.
통유리 너머 밤도시를 배경으로 온 몸에 문신을 한 김수현이 근육을 뽐내며 욕조에 걸터앉아있다.
설리가 가운을 입고 온다. 설마?
가운을 벗는다. 컷으로 얼굴과 가슴을 나누는 트릭 따위는 없었다.
그녀가 인스타에 올리곤 했던 한 겹의 옷 너머에 숨어있던 가슴을 드디어 마주했다.
금세 지나간다.
다음 컷은 맨 몸의 그녀가 욕조에 걸터앉는 뒷태를 보여준다.
생각보다 굴곡이 있는 몸이었다.
겉멋 듬뿍 담긴 무의미한 대사들이 지나간다.
드디어.
설리는 김수현에게 키스를 하려는 듯 싶지만
이내 그녀 얼굴은 김수현의 성기 쪽으로 향하고, 오랄 섹스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는 꽤나 멀리서 그 상황을 측면으로 잡는다.
엎드려서 김수현의 그것을 빨고 있는 설리의 옆태, 엉덩이가 보인다.

또 다른 장면.
제 2의 김수현은 제 1의 김수현을 닮기 위해 방금 그 장면을 다른 여자와 따라한다.
그 여자는 가슴도 더 크고, 김수현과 하나가 되어 들썩이는 뒷모습 전체 또한 매력적이다.
제 2의 김수현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뜬금없이 제 1의 김수현과 설리의 섹스 영상이 흘러나온다.
옆으로 누워서 격하게 섹스하는 모습. 두 배우의 상반신만 잡힌다.
가슴을 여러 번 쥐었다 놨다 한다.
소리도 났나? 잘 기억은 안 난다.
여기서는 그녀의 가슴을 좀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었다.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하나 더.
속옷 차림으로 옷을 입는 뒷모습 장면이 하나 있다.
아마도 '그녀의 몸을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CG를 썼다'는 장면이 이 장면과 맨 처음에 말한 뒷태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인스타에서 하던 것처럼 브래지어 없이 등장하는데 별 건 없다.


이후로 그녀의 노출 장면이 언제언제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에 액션 씬들을 좀 감상하다가 일어나서 극장을 나왔다.
러닝타임 딱 절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내가 <리얼>을 본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소문이 무성한 이 영화의 실체를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요즘 컬트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완성도 낮은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클레멘타인>과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리얼>이 의외로 매력적인 구석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내심 기대까지 했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한 평을 누가 더 웃기게 내리나 하면서 즐기고 있는데, 최악까진 아니었다.
다만 미디어 아트에 가까울 정도로 휘황찬란한 영상들과 예쁜 색 조명들 덕분에 눈 뜨고 멀뚱히 영상 지켜보기에는 좋았다.
하지만 이런 눈요깃거리들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쁜 쓰레기.
<리얼>은 잘 만들고 싶었으나 잘 못 만든, 하나도 매력 없는 실패한 상업영화이다.


내가 느낀 <리얼>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해 본다.

첫번째, 문어체 대사와 부자연스러운 연기.
<내부자들>에 나왔던 조우진 말고는 아무도 연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 한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 100%가 사람들이 살면서 저런 말을 하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겉멋만 들어 있다.
대사를 정말 못 쓴 거다.
김수현이 연기를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일단 대사가 이상하니 뭘 해도 연기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매우 저렴한 아이디어로 인해 영화 내내 별 의미 없는 껌을 씹고 다니고, 센 척 하는 욕을 내뱉는다.
그나마 영화 내내 얼굴이라도 비추는 김수현 말고는 아무도 그럴 듯한 하나의 인물로 살아 숨쉬지 못 하고 그저 극 진행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된다.
배우들이 도저히 몰입을 할 수가 없는 있으나 마나 한 대사들이 문제였다.
대사를 통해 무엇을 뭘 해야 하나도 고민이 없는 각본이다.
대사 없이 상징적인 영상의 연결로만 진행되는 몽타주 장면들이 있는데, 낯뜨거운 연기 안 봐도 되니 이런 장면들이 차라리 나았다.

두번째, 극 진행 능력 부족
대사가 있는 장면들도, 대사 없이 진행되는 장면들도 그 영화가 <리얼>인 이상 관객을 이해시킬 수는 없다.
김수현의 어느 자아가 식물인간을 죽이는 장면부터 이해가 안 갔다. 극 초반에 나오는 장면이다.
관객을 전혀 염두하지 않은 건지 영화 진행이 완전 제멋대로이다.
영화의 시퀀스들은 그 시작과 끝이 이상하게 잘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잘려 있다.
주인공들이 열심히 악당들 때려눕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불타는 건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옆 건물에는 멀쩡히 대화 중인 주인공들이 있다.
이거 보고 바로 주저없이 극장에서 나왔다.

세번째,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모르는 카메라
이 단점은 액션 씬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수현이 탄 차를 세 명의 칼 든 사내들이 습격하는 장면에서 탄식이 나왔다.
카메라는 차를 중심에 두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돈다.
붉은 빛이 살짝 비치는 매우 어두운 조명 상태때문에 배우들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간다.
그리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액션과 전혀 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몸의 움직임들은 관객의 시선이 닿지 못 하는 곳에 놓이고 만다.
그럴듯한 조명, 그럴듯한 차 갖다놓고 액션배우들 데려다 만들었지만 연출 감각이 없어 보기 불편한 액션 씬이 탄생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따위 영화를 가지고 글을 쓰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내가 매우 한심하다.
일단은 여기서 접고 더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이어서 적도록 하겠다.
관객수는 제발 100만도 안 들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 드는 이름 모를 관객들의 티켓값이 너무 아깝다.

2017년 6월 26일 월요일

<연애담> (1) 보고 나서 바로 생각나는 것 적기


1. 요즘 영화를 잘 안 보고 있었는데 비평회에 억지로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 보게 되었다. 갖춰진 형태의 글을 써서 가야 하기 때문에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마구 적어보기로 한다.

2. 원래 이 비평회가 페미니즘을 위해 영화를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을 해서 기대를 안 했다. 영화는 재밌게 잘 봤다. 이거 전에 <돈 존>이라는 영화를 봤다. <돈 존>이랑 <연애담> 둘 다 연애하는 영화다. 내가 연애하기 전에는 몰랐겠지만 직접 겪어본 것들이 있으니 이제 영화에서 공감가는 지점들이 보인다.

3-1. <연애담>이라는 영화 후반부를 보면서 느낀 건. "어긋나는 순간들". 사람들이 살다 보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타이밍의 문제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두 여자의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엇갈림으로 인해서다. 서로는 각자의 힘든 사정들을 공유하지 않고 혼자서만 끙끙대다가 문제를 연애 쪽으로까지 번지게 만든다.
3-2. 연인이면 서로의 힘든 것들도 공유하는 관계가 아니던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윤주는 지수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밤에 일하는 것이 위험하니까 낮에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 권유해 보지만, 지수는 다시 찾아온 옛 연인 때문에 심란한 마음에 자기 일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3-3.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영화 속 이 커플은 서로의 힘든 것들을 공유하지 않는다.
(이 문단 앞뒤도 잘 안 맞고 문장이 더 안 나오네... 보류)

4. 성 담론에 예민한 이들의 모임이라 내가 실수하진 않을까 고민한다. 영 별로다 싶으면 깽판이라도 치고 나오고 싶은데 내가 그럴 성격은 못 된다.

5. 연기. 수염난 남자 연기 정말 별로였다. 어느 영화에나 한명쯤 있는 감초 역할 포지션인 것 같은데 연기가 딱 옛날 시트콤 [논스톱] 느낌이다. 어디 학원에서 배웠는지 우리가 살면서 쓰지 않는 억양을 구사한다.
이 영화를 살아있게 해준 배우가 바로 윤주를 연기한 이상희 배우. 이 사람의 색이 있다. 표정 겉으로 잘 안 드러내고. 근데 혼자 있을 땐 그 작은 몸에서 다 퍼져나와서 귀엽고. 옷은 펑퍼짐한 맨투맨 입고 다니고. 얼굴 별로 안 예쁘고. 연기는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 혼자서 영화 다 이끌어나간다. 이 배우 없었으면 이 영화에서 눈 둘 곳 없었다. 눈을 둘 가치가 있는 곳이 바로 이상희 배우였다.
류선영 배우가 연기한 지수. 생긴 게 개성 없이 예쁘다. 별 느낌 안 들었다. 근데 잠자리에선이 여자가 리드한다. 베드신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좋았다. 둘이서 주고받는 것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난다. 자기 색을 찾는다면 좋을 것이다.

6-1. 이야기는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하고, 근데 거기에 장애물이 등장하고. 그래서 해결하거나 못 풀거나 하는 그런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간다.
6-2. 퀴어영화는 일반적인 남성 여성 연애영화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6-3. 퀴어영화로서의 정체성은 내가 생각하던 것 그대로 나타났다. 여자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 여자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마음을 드러내지 못 한다. 남자가 없으니까 주위에서 남자친구 없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억지로 남자를 소개받기도 한다. 커밍아웃해서 친한 친구를 잃기도 한다.

7. 둘은 성 정체성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어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윤주는 32살의 나이에 미래에 무슨 일을 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8-1. 윤주가 커밍아웃한 룸메이트는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미리 말했어야 하는 문제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잠재적으로 자기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상대와 함께 산다는 것에는 많은 긴장이 요구된다. 룸메이트는 당연히 윤주가 동성에게 성애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무방비상태로 집에서 지냈을 것이다.
8-2. 남자얘기도 나누고. 그동안 룸메이트가 봐왔던 윤주는 거짓된 윤주였던 것이다.
8-3. 이 말을 듣는 어느 동성애자는 '누가 너 좋아해 준대?'라는 식으로 날카롭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8-4. 나는 윤주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동성 룸메이트와 함께 산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윤주의 시각에서 전개되기에 그의 답답함 또한 이해가 갔다.

9.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퀴어 얘기로 시작을 할까도 싶은데 관심이 많지 않은 분야라서 진심을 안 담아 글을 쓴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베스트 영화로 마음 속에 담아두는 바로 그 작품


미키 사토시 감독의 가장 유명한 작품.
이름값이 있어서 일부러 피했던 영화이다.
내가 정말 미키 사토시 감독을 좋아하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는 뭔지 알아보기 위해 <인스턴트 늪>과 함께 보았다.

기억했던 만큼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는 없었지만 소소한 매력이 있다.
사람 죽이고 피 나고 이런 영화를 보면 집중은 되지만 마음 깊이 좋아하진 않는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이런 영화들이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담아두기 좋은 영화다.


TV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끝마무리가 급해서 아쉽고, 그렇게 미련도 남는다.
이번에 미키 사토시의 드라마도 여러 편, 영화도 여러 편 보았다.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는 <텐텐>, 그리고 아직 안 본 드라마는 [변신 인터뷰어의 우울]!
미키 사토시 감독이 지금 뭐 하고 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예전의 이런 스타일로 영화나 드라마 좀 다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린치가 아니고 미키 사토시야..

<황금시대>(1930) 돈이 많으면? 나쁜 놈들! 이상한 놈들!


<안달루시아의 개> 장편 버전을 기대하고 본 작품.
내용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상징적인 장면들은 보다 더 직관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이 파티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양복 입은 남성의 얼굴이 파리로 뒤덮여있는 장면.
이 인물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얼굴에 파리를 올려놓은 이 장면만 봐도 하고자 하는 말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점이 나는 재미가 없었다.
은근한 맛이 없다.
쿨하지 못하다.
예술적이지 못하다.
등등 여러가지 느낌이 드는데 논리적으로 왜 이 장면이 싫은지는 앞으로 좀 더 생각해봐야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표현은 어느정도 돌려 말하면서도 이해는 다 가는 표현이다. 그것을 나는 세련됨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은 돈 많은 기득권층에 대한 조롱, 경멸, 풍자.
이 시대에는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관점이었겠지만 2017년의 내가 보기에는 무작정 까고 보는 느낌이다.
어느 남자가 여자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벌 주고 마을에서 내쫓으려 하는데, 그가 실은 돈 많은 부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는 풀려난다.
그는 거대한 파티를 열고, 사람들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인다.
완전 딱 코메디. SNL에서나 할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작품을 현재의 관점으로만 보는 것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은 아니다.
시대적 맥락은 작품 이해와 비평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도 이 영화엔 별 애정이 안 가니 따로 공부할 마음은 안 생긴다.
앞으로는 제대로 공부 할 거 아니면 시대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진 영화는 가급적 보지 말아야겠다.

루이스 부뉴엘의 단편 <안달루시아의 개>를 좋아했지만 장편 두 작품을 더 보니 그에게 별 관심은 안 생긴다. 부르주아 열심히 비판했던 사람. 됐으니 이제 다른 사람들 영화나 보자.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100년 후의 사람들은 미스터 브레인워시를 기억할까


뱅크시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인줄 알고 보았으나 실은 뱅크시를 찍고 있던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카메라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남자 티에리 구에타는 거리예술에 흥미를 느끼고 뱅크시를 찾아다니다 결국 그를 만나기에 이른다. 하지만 뱅크시가 직접 본 그의 영상작업물은 개판이었고, 직접 거리예술 작가가 되기를 권한다. 그 결과 티에리 구에타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이름으로 쉽고 잘 팔리는 작품들을 별 생각 없이 찍어내 대박을 친다. 이 영화는 뱅크시가 그런 그의 성공에 대한 씁쓸한 심정을 내비치는 영화이다.

영화적으로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고민들이 현대미술을 공부하는 내가 보기엔 꽤 재미있었다. 아무 것도 안 담겨 있는 작품을 비싼 돈 주고 사들이는 사람들을 영화는 멍청이들이라고 꾸짖는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비평계는 지금의 미술 시대를 어떻게 정리할까? 과연 멍청이들이 그저 멍청이들로만 남을까?
지금 유명한 작가들 중에서는 좋은 작가, 좋지 않은 작가를 구분하기 힘들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관객들의 호응에 따라 딱 남을 사람만이 남는다고 배웠다.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과연 미술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인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최민수의 연기, 작위적인 설정



1. 영화 좋아하는 찌질이들이 보기좋게 몰락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일부러 경각심을 느끼기 위해서였나? 요즘은 헐리우드 키드라는 말이 잘 쓰이지 않지만 그 당시였으면 나 또한 헐리우드 키드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리나라엔 영화에 관한 영화가 별로 없기 때문에 보고싶었던 것도 있다.

2. 영화는 유년기와 장년기로 나뉜다. 유년기를 연기한 어린아이들은 연기를 정말 못 한다. 하지만 그런 연기력으로 영화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는 걸 보면 그 노력이 가상하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 얼굴이 급격하게 늙어버린다. 갓 군대에서 제대했다는 주인공의 얼굴은 대충 봐도 40대 정도 나이이다. 연기도 잘 못 하는데, 유년기와는 다른 식으로 못 한다. 최민수가 너무 자기 자신의 연기에 도취된 느낌이다. 최민수 한 명만 떼어놓고 보면 이상함을 못 느낄지 몰라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 사이의 최민수는 똥폼이 너무 심하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몰랐나 보다. 이런 연기가 연극적 연기인 것인가? 연기로만 보자면 유년기 연기는 못 해도 봐줄만 하지만, 장년기 연기는 최민수가 너무 눈에 띄어서 못 보겠다. 배우들의 연기를 중요시한다면 이 영화 절대 재밌게 못 볼 것.

3. 전반부는 내용이 꽤나 흥미로웠지만 후반부는 작위적으로 흘러간다. 최민수가 연기하는 임병석이 폐인이 되어 있다는 건 개연성이 부족하다. 상 받은 시나리오가 유명한 고전 영화들을 짜깁기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주인공 한 명만 알아차렸다는 것도 너무 이상하다. 그리고 인물을 죽일 필요까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4. 헐리우드 키드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는가?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는 커서 뭐가 되는가에 대한 답은 이 영화가 내려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너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한다.

<원초적 본능> 야한 키스, 줄다리기



1. 야한 영화가 보고싶어서 야한 영화의 대명사인 <원초적 본능>을 보았다. 폴 버호벤 감독의 작품이다. <할로우 맨>, <스타쉽 트루퍼스>를 굉장히 안 좋게 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원초적 본능>은 꽤 잘 만든 영화이다.



2. 대본의 승리인지 배우의 승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척 인상적인 섹스 신들. 명성에 걸맞게 섹스 장면들이 엄청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닉과 캐서린의 첫 섹스 중 키스하는 이 장면. 서로가 서로의 몸을 애무해 주다가 이제 막 삽입 단계. 캐서린은 키스에 안달나 있고 닉은 그녀 입 안에 손가락을 넣으면서 때를 기다린다. 못 참던 두 입술은 마침내 서로를 향해 달려들고 움직임은 격해진다.
영화가 마치 줄다리기하는 느낌이다. 캐서린은 항상 닉보다 우위에 서있는 인물이지만 이 키스 장면에서만큼은 그 권력관계가 허물어진다.

3. 캐서린이라는 캐릭터는 그녀 자신의 욕망인 살인과 섹스에 최적화된 사람이다. 닉 머리 위에서 놀고, 관객들 머리 위에서도 논다. 연기도 너무 잘 했다. 이 각본에 맞는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잘 구했을까.

4. 닉이라는 인물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보아도 재밌다. 평범해 보이던 그는 캐서린을 만나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점차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5. 반전 괜찮았다. 허술한 점을 짚자면 짚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보고싶진 않다. 러닝타임이 좀 긴 감이 있지만 내용이 풍부해서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푹 빠져들게 될 것.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가 점점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배경음악, 대놓고 관객의 긴장을 유발하는 미장센들도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6. 정말 잘 만들었다. 샤론 스톤이 다리를 벌리는 장면만으로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017년 6월 20일 화요일

<퍼펙트 블루> 강간 장면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비슷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리 비슷하진 않았다.
전개 방식이 독특한데 그게 혼란스럽기만 할뿐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반전이 그리 안 와닿는 반전이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주인공이 집단 강간당하는 연기를 하는 장면. 장면 촬영에 대한 건 어느정도 합의가 된 것이기도 했고, 중간에 남성 출연자가 "미안하다"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매우 무섭게 만들어졌다. 실제 강간 피해자가 느끼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케빈에 대하여> 비평회, 사운드



1. 비평회에서 처음으로 다루게 된 영화. 영화 보기 전에 다른 구성원의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영화를 자기네들이 추구하는 페미니즘의 도구로 이용해먹은 것. 다른 작품인 <원령공주>에서도 여성과 투쟁의 키워드를 뽑아내는 모임이다. 그렇게 영화를 도구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정체성이 불분명한 '비평회'라는 타이틀 대신 '페미니즘 영화 보기 모임'이라고 이름 붙이는 게 낫지 않을까.

2. 영화를 보고 나서 사운드에 관해서 글을 적으려고 했으나 글발이 너무 안 받아서 결국엔 글을 안 썼다. 불길한 징조로 쓰이는 효과음과, 상황에 안 어울리게 밝은 음악들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난다.

2017년 6월 18일 일요일

<피의 피에로> 피에로만 기억하고 싶다



무서울 걸 기대하고 봤는데 정말 안 무섭게 만들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볼만하지만 주인공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진짜 유치한 어드벤처물이 되어버린다.
나 세트요 하는 느낌의 현실감 없는 동굴. 색조 조명들.. 90년대 치고도 특수효과가 너무 조잡하다.
성인을 타겟으로 하기엔 너무 유치하고, 어린아이들을 타겟으로 하기엔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다.
페니 와이즈의 분장, 피가 터지는 풍선들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나 후반부가 아주 심각한 똥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고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져서 불필요한 장면도 너무 많고 러닝타임도 길다.

2017년 6월 17일 토요일

<안녕, 용문객잔>, <올리브 나무 사이로> 느린 영화는 이제 보지 않도록 한다.


<안녕, 용문객잔>
비평회에 이 영화를 추천해놓고 영화가 너무 별로라서 안 갔다.
영화 줄거리를 보고 현재 내 상황과 어울릴 것 같아서 보았으나
영화가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렇게 짧은 영화 보는데 잠을 세 번이나 잤다.
차이밍량의 다른 영화들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이 영화때문에 관심이 뚝 끊겼다.
나는 이제 느린 영화는 보지 않기로 한다.
억지로 안 볼 거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래놓고 느린 영화 한 번 더 봤다.
소모임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할 것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꾸역꾸역 보았다. (역시 자면서)
영화도 별로였는데 사람들이 영화가 재미없어서 많이 빠져서 더 화가 났다.
나는. 이제부터. 진짜. 느린 영화. 안 보기로 한다.
말초신경 자극하는 장르영화 많이많이 볼 거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어렴풋이는 알 것 같으나 이제는 그런 소리 듣기 싫다.
영화에 대한 고민.. 같은 거 집어치우고.
영화를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고 안 좋아하면 안 좋아하련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내 마음 깊이 좋아하는 영화는 뭘까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이 떨어질 무렵, 나는 내가 어렸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영화들을 다시 보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 본 영화가 <도약선생>, 그리고 두 번째 영화가 <노킹 온 헤븐스 도어>였다.
괜찮은 글을 뽑아내려고 했으나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 관한 글을 쓸 때부터 머리가 안 돌아가서 프로젝트를 그만두었다.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확 끌어내야 했는데 이번에 다시 봤을 땐 그저 그랬다.
별로 마음이 안 가는데 마음이 가는 영화라고 써야 하니 참 어려웠다.

지금은 또 이 영화가 좋고 그렇다.
베스트 영화를 누가 물어본다면 이 영화는 넣고 싶다.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는 영화들을 다시 볼 때면 자주 실망하곤 한다.
그럼에도 나와 평생 가는 영화는 나의 베스트 목록에 올려두련다.

<나쁜 피> 감각으로 만들어지는 영화


동아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알렉스가 뜀박질하는 장면이나
낙하산이 펼쳐져서 천천히 땅으로 내려가는 장면
이런 장면들은 논리적으로 진행되는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장면들은 완벽하게 분석될 수도 없고,
만들어내는 감각 자체가 매우 대단한 능력이다.

<퍼스널 쇼퍼> 냉면+국밥을 한 그릇에!



매우 이질적인 두 가지 소재를 엮어 만든 영화.
이음새가 매끄럽진 않으나 기억엔 꽤 오래 남았다.

엔딩곡 좋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몸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봐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보고 난 직후의 기분은 <곡성>을 보았을 때와 비슷.

<맨하탄 살인사건> 우디 앨런 + 살인 사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내세우고 싶었던 <맨하탄 살인사건>.
우디 앨런 식의 캐릭터들이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엉뚱한 코믹 스릴러 영화이다.
우디 앨런은 살인사건 영화를 찍어도 자기 식대로 만든다.

우디 앨런 영화 중에서 무슨 영화 제일 좋아하는 질문에 이 영화를 답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보았다.
그런데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웃긴 장면도 많았는데
실제로 웃긴 것에 비해서 더 열심히 웃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다음으로 보게 될 우디 앨런 영화는 또 다시 <애니 홀>인 것 같다.

<아이 엠 어 히어로> 일본적인 좀비영화


1.
히데오는 자기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자기 이름을 한자로 적으면 '영웅'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곤 했다.
하지만 진짜 영웅이 되고 난 뒤부터는 굳이 첨언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영웅이니까 말이다.


2.
듣도보도 못한 높이뛰기 선수 좀비가 나온다.
독특한 상상력이다.
개연성이 부족해 보일 법도 하지만 캐릭터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극을 완전히 휘어잡는다.



3.
시작부터 히데오와 히로미가 탄 택시가 뒤집히는 장면까지의 몰입도는 최고이다.

결말부 액션도 최고!


4.
남자주인공은 열등감 많고 소심한 성격의 백수.
애인마저도 극초반에 흉측한 좀비로 변해버리고
가족 얘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히데오와 한 편이 되는 히로미는 반은 좀비이고 반은 인간.
그런데 그런 히로미와 히데오 사이에는 러브라인이..
여러 면에서 지금껏 봐온 좀비영화와 다르다고 느꼈다.
현재 일본사회의 모습이 보이는, 일본의 정체성을 담은 영화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2017년 6월 5일 월요일

[serial experiments lain] 온라인 네트워크에 대한 20년 전으로부터의 걱정



유투브에서 우연히 만난 뮤직비디오가 맘에 들어 보게 된 serial experiments lain.
BOA라는 밴드의 duvet이라는 노래.
게임 [사일런트 힐]OST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흐리멍텅한 여주인공의 눈.
내용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무턱대고 다운로드해 시험기간부터 보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98년도 작품이라 작화가 지금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좋지 않다.
똑 같은 장면들이 매번 소리만 달리해서 나오고
비어있는 사운드는 공허한 느낌을 준다.

내용은 와이어드라는 사이버 세계와 뒤섞이는 현실세계에 관한 난해한 이야기.
줄거리에 나와있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매 에피소드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서 끝나지만 정작 다음 화에서 이어지지는 않는 게 매우 답답하다.
구체적인 정보가 거의 없어 내용을 이해하면서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에 담긴 메시지는 주로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우려들.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서 다음 화를 보는 게 기대가 되지도 않았다.

오프닝은 정말 좋았다.
세기말의 뒤숭숭한 애니메이션.
매니악한 애니메이션.

2017년 6월 4일 일요일

[아타미의 수사관] 트윈 픽스 아류작



초반부터 [트윈 픽스] 짝퉁 냄새가 너무 많이 났다.
대놓고 표절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실망스러웠다.
수사하는 사건의 비밀도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전에 보았던 미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조의 드라마 [시효경찰]의 유머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지한 분위기였다

다행히도 볼수록 뒤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결말부가 너무 급하게 맺어진 감이 있다.
회차마다 전해지는 단서들을 통해서는 도저히 범인을 알아낼 수가 없다.

사후세계에 관한 상상을 알아보기 어렵게 뭉뚱그려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뒷부분은 꽤 만족스러웠으나
트윈 픽스 아류작 정도로 남는 게 딱 적당한 드라마이다.
미키 사토시가 진지하게 만든 다른 작품 하나를 더 봐봐야겠다.
미키 사토시가 언젠가부터 맛이 가서 이런 진지한 것들만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들> 반대쪽 뺨 내밀기의 오류


1
초반부는 영화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
어린애들 보는 게 별로 나한테 안 맞았다
여자 어린이의 눈으로 여자 어린이들을.
화면에 꽉 찬 그 아이들의 눈 깜빡임, 움직임들. 목소리들.
그런 것들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2
지아를 향한 보라의 태도가 달라지고 나서부터 재미가 좀 생겼다
아이들 얼굴 보는 게 어려운 것도 이제는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3
내가 맞았다고 쟤를 한 대 또 때리면, 그러면 언제 놀아?
아주 단순한 교훈을 영화는 전한다.
꽤나 멋진 말이라서 수긍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근심이 하나 생겼다.
그렇게 남한테 맞는 거 다 넘기고 헤헤 웃으며 살다 보면
선과 그 동생은 나중에 만만한 사람으로 커버리는 게 아닌가?
모두가 착한 마음만을 가지고 사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선한 마음을 가진 몇몇 사람이 남들에게 이용거리가 될 거라는 걱정이 든다.



<플래닛 테러> '그저 그럼'이 극대화되었다!!




딱 'B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였다.
B급을 자처하면서 B급보다 나은 A급을 자처하는 영화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건 진짜 못 만든 그저 그런 영화다.

좀 또라이같은 요소를 원했건만
그런 건 미니 오토바이를 멋지게 타는 장면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 장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진행은 진지하고 잔인하게.
투박한 느낌인데 유머를 의도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아서 지루하다.
일부러 못 만든 영화들은 대부분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재미가 하도 없어서 진짜 애매하다.
오히려 중박정도 치려다 그것마저도 실패한 영화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