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30일 토요일
<트리 오브 라이프> 임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
<버드맨>을 보고 임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에 크게 실망해 <레버넌트>를 부러 보지 않았으나, <트리 오브 라이프>의 촬영은 또 이상하게 마음에 든다.
<트리 오브 라이프> 촬영의 특징은 왜곡이 심한 앙각,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저리 쏘다니는 카메라워크이다. 나는 내가 이 영화의 피사체 왜곡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에 들어했다는 점이 신기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곡'을 안 좋아한다고 여기게 만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너무 과했던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워크는 <버드맨>에서 나를 괴롭게 했던 움직임을 연상시키면서도 그것과 차이를 보인다.
마음에 들었던 건 촬영밖에 없다. 무슨 얘기를 하는 영화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 원래 보고 싶었던 <나이트 오브 컵스>가 이것보다 더한 영화일까봐 굳이 보지 않도록 한다.
<슬리핑 뷰티> 에밀리 브라우닝의 몸이 전부
<갓 헬프 더 걸>의 그 소녀 에밀리 브라우닝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게 된 <슬리핑 뷰티>. 화면의 질감이 정갈하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에밀리 브라우닝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은 그럭저럭 충족되었으나, 썩 좋은 영화가 아니다. 돈으로 여성을 사는 은밀한 상류사회라는 뻔한 설정을 제시한 것이 전부이다. 캐릭터도 살아있지 않고, 이 곳에서 뭔가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곧 기억에서 사라질 영화.
<무간도> 홍콩 액션 입문
<신세계>가 표절한 영화라는 타이틀로 접하게 된 <무간도>. 홍콩 영화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져 찾아보게 되었다.
경찰 조직이 범죄 조직에, 범죄 조직이 경찰 조직에 스파이를 심어놓는다는 설정은 흥미로웠으나 머리 굴리는 재미를 좀 더 느낄 수 있게 복잡하게 가도 좋았을 것 같다.
거의 처음으로 본 홍콩 영화이다 보니 특유의 산만함을 홍콩 영화의 특징이라고 보아야 할지, 이 영화의 단점이라고 보아야 할진 아직 잘 모르겠다. 배경을 요약하는 오프닝 몽타주가 산만함의 극치. 컷이 많고 색감이 올드하다. 겉멋에 빠져 자주 뒤틀리는 앵글 또한 이 영화의 특징.
하지만 볼만하다. 속편도 꽤나 기대가 된다. 홍콩 영화를 좀 더 봐야겠다.
2016년 7월 29일 금요일
<메이즈 러너> 속편과의 비교
개봉 당시 재미는 있지만 평범한 오락물일 거라 생각하고 넘겼으나
어쩌다 보게 된 속편에서 매력을 느껴 전편을 보았다.
속편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 공리주의 테마를 끌고 왔다는 점에서 꽤나 흥미롭게 여겼지만 전편인 <메이즈 러너>에서는 공리주의 테마가 거의 후반쯤에나 속편을 예고하며 등장한다. 대신 <메이즈 러너>에서 다루는 주제는 안정을 추구할 것이냐, 변화를 추구할 것이냐이다. 그러나 속편이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을 대립시켜 현실감있게 주제를 논할 발판을 마련했다면, <메이즈 러너>의 주제를 끌어내는 방식은 꽤나 얄팍했다.
수년간 미로에서 안정적으로 살아오던 이들 사이에 토마스가 변화를 가져오며 아이들은 미로 속으로 떠날 것인가, 그대로 남아있을 것인가를 놓고 갈라선다. 흥미로울 수 있었던 주제이나 미로 안에서 안주할 것을 택하는 쪽의 논리를 펼치는 갤리의 캐릭터를 너무 융통성 없는 악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 내부에서는 그 쪽에 힘을 실어줘서 논할 가치를 못 느꼈나 보다. 더 이상 보급품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미로 안에 남아 있기를 선택하는 갤리도 비합리적이지만, 그가 지적하는 것처럼 며칠 사이에 미로 안의 사회를 뒤집어놓는 토마스에게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고 따르는 인물들도 이상하다. 결국 이는 "영화니까"라는 무책임한 한 마디로 일축된다. 영화가 나아가기 위해선 영화 속의 인물들이 나아가야 했다.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사실 이런 영화는 주제를 이야기위한 영화도 아니고 주제를 보기 위한 영화도 아니니까 그냥 즐기면 된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주로 미로에 관한 것이다. 미로 내부의 사회는 너무 단순하게 그려진다. 또 미로는 아이들을 가두는 기능을 빼면 사실상 영화 진행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
미로가 핵심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로를 포기하고 다른 쪽에 더 재미를 실어준 것도 아니다. 영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아가는 재미로만 보는 영화. 비밀이 거의 전부이므로 이런 영화는 스포일러를 이기기 쉽지 않다.
라벨:
메이즈 러너,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위치:
대한민국
<빈 집> 김기덕 영화의 환상성을 보다
<활>을 보고서 새삼 김기덕식 영화 전개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마음에 들어 주위에서 추천받은 <빈 집>을 보았다. 내가 보아왔던 김기덕 영화 특징들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딱 하나 다른 것은 이야기가 세지 않다는 점. 흔히 사람들이 김기덕 영화에서 느끼는 불쾌함을 일으킬 만한 것이 이 영화엔 딱히 없다.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극단적으로 꼬인 배경을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나쁜 남자> <피에타> <활> <악어>.. 하지만 <빈 집>은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대체로 유순했던 것 같다. 센 이야기를 원했기에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빈 집>을 추천해준 형에게 이야기했다. 그 형은 김기덕 영화의 특징 중 하나로 환상성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까 <빈 집>의 후반부는 꽤나 비현실적이었다. 남자가 독방에 갇혀 투명인간술을 연마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영화가 꽤 흥미롭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허나 환상적인 요소들이 이해받기를 택하지 않은 채 너무 많이 쏟아지니 이야기 전개를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다. 환상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기묘한 행동들 또한 끝이 제대로 맺어지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진다. 영화가 무턱대고 던져놓은 '느낌'들로만 보았을 때 꽤나 묘한 느낌을 주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그 에너지가 나를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다.
<데몰리션> 장 마크 발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그 장 마크 발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연출한 장 마크 발레의 차기작.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이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집을 분해하며 상처와 마주한다는 내용이다.
집을 글자 그대로 '분해'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 곧장 극장으로 나섰다.
하지만 영화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실망스러웠던 지점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1
'분해'의 모티프는 생각보다 이 영화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가장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분해 행위는
그저 주인공 데이비스가 하는 하나의 이상 행동쯤으로 묘사되었다.
물건이 고장나면 낱낱이 분해한 뒤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대사처럼
demolition은 죽은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하나의 서사적 장치로만 기능할 뿐이다.
가장 매력적일 거라 생각하고 기대했던 이 모티프가
영화 상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아쉽다.
2
캐런과 그의 아들 크리스의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데이비스가 처음으로 말문을 여는 대상이 바로 자판기 회사 직원인 캐런이고
그와 그녀의 만남이 영화 초반의 중심 플롯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나는 당연히 캐런이 데이비스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맡았던 역할은 그저 자기 아들을 데이비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뿐.
어느 사건 속 인물이 되지 못 하고 심심하게 퇴장한다.
데이비스의 아내보다 더 큰 존재가 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데이비스가 아내를 다시 떠올리게끔 하는 역할이 그녀의 그것이었다면
나는 영화가 그녀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눈길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캐런의 아들 크리스는 '남자 주인공이 새로 만난 여인의 아들'이라는,
으레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뻔한 캐릭터를 넘어서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고 본다.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는 캐런보다 더 많이 등장하고
데이비스도 크리스와 더 자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캐릭터 간의 균형을 깨트리면서까지 영화가 던지고 싶었던 크리스의 고민은
혼란스러운 그의 성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영화 내용과 전혀 무관하지만 작지 않은 문제로 등장한다.
여기서 크리스라는 캐릭터는 선을 넘었다.
억지스럽게 영화의 흐름을 깨트리면서까지 던진 성 정체성 이야기도
결국엔 방향을 제시하지 못 하고 크리스를 그저 힘들어하는 소년으로만 방치하고 만다.
3
데이비스의 감정선이 뚝뚝 끊긴다.
예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비스라는 캐릭터에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연거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떠올리며
그 때의 그 장 마크 발레 감독이 왜 이따위 영화를 만들어냈는지 계속 한탄했다.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에이리언 2> 무난한 속편
속편이 전편을 능가한 드문 사례로 <에이리언 2>가 꼽히긴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볼 만하지만 전편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에이리언은 이제 떼거지로 나오지만
전편에 비해 각 개체가 매우 약해져 긴장감이 크지 않다.
해치울 적이 많아져서인지 이번 편은 공포보다 액션에 가깝다.
그래서 지난번만큼의 충격이 없는 것일까?
더 이상 시고니 위버가 어떤 어려움에 처할지는 두렵지 않고
어떻게 이 어려움을 해쳐나가는지만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보여주기식 결말의 인상이 강하다.
에이리언의 생태를 드러냄으로써 에이리언의 캐릭터성을 강조한 점은 마음에 든다.
나는 에이리언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속편을 마저 보게 될 시리즈이다.
스페이스 호러 장르도 매력적이다. 더 찾아봐야겠다.
스페이스 호러 장르도 매력적이다. 더 찾아봐야겠다.
<엘리펀트 맨> 선하지 않은 동기가 낳은 좋은 결과
미안하지만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소
그런 말할 자격이 있나?
당신은 그 녀석을 이용해
같잖은 의사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려 했어
<브로크백 마운틴> 소수자..
<브로크백 마운틴>도 1학기 소모임에서 했던 영화.
다른 영화들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안 나 제대로 본 건 이것이 두 번째다.
그 날은 <풀 메탈 자켓>을 먼저 하고, 술 마시며 <브로크백 마운틴>을 했다.
점점 사람이 안 오기 시작했다.
다섯명이었다.
이동진이 <캐롤>을 두고 이성애적인 시각으로 동성애를 논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나도 <브로크백 마운틴>의 동성애를 이성애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
두 인물의 첫 관계 후 나오는 대사가 있다.
"난 게이 아냐."
"나도 아냐."
어색하게 있다가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에니스.
나는 다소 충동적으로 일어난 이들의 첫 관계를 보고
에니스가 어쩌다가 잭과 섹스를 하고 나서
잭을 더 깊숙하게 사랑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멤버는 내 관점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성애자가 동성을 '사람 대 사람(내가 쓴 표현이다)'으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동성애를 억압하는 발언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에 그 멤버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질문을 계속 던졌다.
어쩌다가 그 멤버의 허점을 보고 그걸로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생각은 마무리.
그 날의 인상은 그랬다.
다른 데서 느낀 울분을 나한테 토해내는 느낌이라 썩 좋지 못 했다.
다시 이 얘기를 생각해 본다.
나는 동성애를 사람 대 사람의 사랑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동성애는 동성애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겠다.
그렇다면 원래의 내 관점보다는 좀 더 거리가 느껴지겠지?
저것을 그냥 사랑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저것을 동성애라고 보는 이상 이성애자인 나는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테니까.
나는 동성애를 보며 뭘 느껴야 할지 잘 모르겠기에
동성애 영화를 찾아보는 일은 앞으로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멤버에게 대답을 듣고싶었지만 제대로 얘기를 꺼내지 못한 것이 있다.
저들의 사랑을 보고 '사람 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동성애를 향한 후려치기라면
확실히 알지도 못 하는 나의 성적 지향을 이성애자로 단정하고, '사람 대 사람'이라는 표현을 꾸짖는 것은, 내가 실제로 '사람 대 사람'으로 양성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란 가능성을 배제한, 실제 '사람 대 사람'으로 양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후려치기가 아닐까?
(물론 '사람 대 사람'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사랑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소수자에 대한 얘기를 덧붙인다.
내가 줄곧 생각해온 소수자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아 결론이 나지 않는다.
소수자 안에는 또 그 소수자 그룹 내의 소수자가 있기 마련이다.
소수자 담론도 소수자 개인이 아닌 집단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소수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소수자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소수자'라는 타이틀은 내게 너무 거대하다.
젠더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어렵기만 하다.
내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좀 더 정리된 생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핫한 이슈다.
<셜록 2세> 과내 영화 소모임의 방향
3월에.
새로운 영화 소모임의 부푼 꿈을 안고 본 첫 영화이다.
늦게 도착한 나는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지 못 했다.
내가 했던 얘기는 단순하다.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였다.
우리는 영화 공부를 위해 호기롭게 고전영화들을 보며 시작했지만
공부를 위한 거였더라면 공부를 원하는 멤버들만이 모였어야 한다.
새로 만들어진 그룹이라 정체성이 확실치 못 했다.
대화를 통해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노력했지만 정말 재미가 없었다.
이제는 노력 안 해도 재밌는 코미디 볼래..
2016년 7월 10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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