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5일 화요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맥머피의 죽음
이 영화가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대로만 나가면 될텐데. 파티를 벌인 뒤 창문 앞에 앉아 생각을 하던 맥머피는 다음날 빠져나가지 않은 채로 발견된다. 그는 왜 나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자기 동료를 내버려두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에 혼란을 주는 것을 즐겨서? 시스템 안에 갇힌 병자들과 닮아가서? 두번째 고문을 당해 정신이 나간 맥머피는 무기력에서 벗어난 추장에 의해 질식사한다.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전통음악이 흘러나오며 추장은 강한 힘으로 개수대를 던져 창문을 뚫고 나와 자유롭게 뛰어간다.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을 미국인에게 박해당하던 인디언의 해방으로 읽고 싶지만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못 하겠다. 그런데 맥머피가 죽는 순간이 좀 의아했다. 혹자는 추장이 맥머피를 죽임으로써 그를 못 쓰게 된 육신에서 해방시켜줬다고 표현하는데 내가 봤을 때 본능은 붙어있었는지 베개에 숨이 막혀 바둥거리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추장이 맥머피를 굳이 죽이고 떠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맥머피를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맥머피는 죽어야만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숭고함이다. 맥머피는 병원 내의 강압적인 질서를 뒤흔들고 사람들 마음에 자유를 선물해 주고는 영웅처럼 떠나간 것이다. 그의 죽음이 영웅적 서사 완성의 마침표를 찍었다.
추장은 정신이 나가버린 맥머피를 보고 바로 자기 안의 힘을 잃어버린 때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혈기왕성한 누군가가 자신의 나약한 모습처럼 변해가는 것은 죽음보다 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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