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야한 영화보기 1. 스무살 보통 남자가 본 <위대한 소원>



1. <영 앤 뷰티풀> 이후로 내가 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야한 영화도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위대한 소원>은 이번에 성을 다루는 영화를 챙겨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서 본 영화이다. 기대치를 낮추고 보았지만 실망이 컸다.

2. 지금 드는 생각인데, 코미디 영화를 만들기는 정말 괴로울 것 같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한 각본을 배우들에게 읽히고, 배우들이 그걸 여러번 연습하고, 나는 그걸 웃기게 연출해야 하고. 내 각본의 재미를 끊임없이 시험받는 느낌일 것 같다. 내 각본은 웃기다!라는 자신감을 영화 만드는 내내 붙들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인물의 대사 중간중간에 개 짖는 소리를 삽입하며 '이게 웃기지. 관객들도 이걸 보면 재밌어 할 거야.'라고 기대하는 그 과정이 무섭다. 하나도 안 재밌는데..

3. <스물>의 주인공들도, <위대한 소원>의 주인공들도 다 비현실적인 사람들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스물> 쪽이 그럴듯하다. 막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온 내가 보기에 <위대한 소원>의 주인공들은 많이 경직되어 있다. 아닌 척 하는 이 영화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사람들이 섹스 기대하고 보러 오는 영화에서 섹스 얘기 꺼내기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90분 남짓한 영화의 절반이 다 지나서야 그 얘기를 꺼낸다. 현실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섹스 얘기를 꺼내는 걸 그렇게 어려워 했던가? 더군다나 불량하게 묘사되는 주인공들의 경우에는 섹스 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미쳤냐고 정색하며 되묻는 것이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4. "꼬꼬마로 죽기 싫어. 섹스 한 번은 해 보고 죽고 싶어. 섹스하고 어른으로 죽고 싶어."이것이 고환이 내세우는 섹스를 하고 싶은 이유이다. 내 경우에는 이런 이유이다. '많이들 하는데 나도 하고 싶어. 더 일찍 한 사람들도 많은데. 더는 늦기 싫어. 스무살 돼서 담배도 합법적으로 살 수 있고 술도 합법적으로 살 수 있고 모텔도 합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섹스는 못 하고 있는 거야?' 성을 주제로 해서 내가 만들 영화에는 '어른'이라는 모호한 표현은 쓰지 않으려 한다. 너희들도 '어른'이 되어라는 고환의 마지막 메시지는 이 영화의 삼인방 중 유일한 섹스 경험자가 하는 말이기에 설득력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나는 이 무의미한 어른 담론이 지루하기만 하다. 어른이 되기 위해 섹스한다는 말은 정말 이상하게 들린다.

5. 장애인의 성을 다뤘지만 얄팍할 수밖에 없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장애인의 성. 너무 가벼운 터치가 아니었나 싶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쪽은 아니지만 이 주제가 공론화되었으면 좋겠다.

6. 이 영화는 너무 촌스럽고 재미도 없다. 흐름도 뚝뚝 끊긴다. 저런 영화는 만들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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