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도그빌> 라스 폰 트리에.
1. <도그빌>을 이야기하면서 세트 얘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 영화는 까만 바닥의 세트장에서 진행된다. 바닥에는 하얗게 벽이 그려져 있고 몇몇 소품만 놓여 있다. 사람들은 문을 열거나 닫을 때 마임을 한다. 소리는 들린다. 이 시도로 인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 속에서 강간이 벌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느낀 것은 단지 그것 정도였다. 이것은 라스 폰 트리에의 객기이다. 세트장에서 찍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2. 나는 3시간짜리, 그것도 라스 폰 트리에 영화를 보는 것이 싫었다. 억지로 보게 된 영화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여주인공의 시련이 하나둘 쌓여가고 그것이 조금씩 얽혀가는 과정을 보고 감탄했다. 정말 시나리오 잘 썼다. 3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3. 영화 본지 4개월이 지났다. 동아리에서 뭔 얘기를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 했다. 이 동아리 하면서 가장 부질없었던 날로 기억한다.
4. 나는 영화를 너무 많이 본다. 3시간씩이나 이 영화를 보고 거기다 동아리에서 이야기까지 하고도 나는 라스 폰 트리에가 이 영화를 세트장에서 찍은 이유, 크레딧에 사진들을 삽입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 더 찾아보고픈 마음도 없고 그냥 빨리 리뷰 적고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영화 많이 볼 시간에 그냥 잘 쓰여진 고전 한 권을 읽어야겠다. 근데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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