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광화문 씨네큐브. <프랑스 영화처럼> 시사회.
정말 좋은 영화를 두 편이나 만난 날. 기분이 좋았다.
타임 투 리브
장편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에는 감정을 쌓아올릴만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1박 2일의 촬영기간은 사흘 동안의 이야기를 담기 충분치 않다.
어머니와 네 딸들이 나눴을 좋은 이야기, 그들이 먹었을 좋은 음식들이 생략된 것이 무척 아쉽다.
장편으로 만들었더라면 어떤 영화가 되었을지 참 궁금하다.
또 네 딸들의 캐릭터가 다들 비슷비슷하고 분명치 못했다는 친구의 말에 동감!
맥주파는 아가씨
네 편의 단편 중 가장 아쉬웠던 영화.
술집에서 뭔가 해 보려는 남자들 얘기.
신연식 감독이 고등학교 때 쓴 연극 느낌의 각본이라고 한다.
하나의 작은 콩트.
자기 진심은 그렇게 알아달라면서 남의 진심을 모르냐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행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나와 다솜을 이리저리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구는데
안 착한 장애인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이 눈여겨볼 점.
리메이닝 타임
네 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타임 투 리브>가 장편이 더 나았을 영화라면
<리메이닝 타임>은 장편으로 반드시 찍어야 하는 영화이다.
100일의 시간밖에 함께할 수 없는 연인.
<리메이닝 타임>을 장편화한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연인의 자식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면 재밌을 것 같다.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자라온 자식은 어머니로부터 '젊었을 적 점 본 얘기'를 듣게 되고
극적으로 아버지와 재회한 자식은 다시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를 이어 준다.
하지만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진짜로 100일 뿐이었고
이들은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다 죽는다.
좀 극단적인데.. 더 감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소재이다.
100일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내가 감독이었다면 이 아이디어로 장편을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스티븐연 배우의 한국말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프랑스 영화처럼
옴니버스를 엮은 표제 <프랑스 영화처럼>과 동명의 단편.
신연식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이유미 배우가 성인의 모습으로 나와 반가웠다.
이 각본도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썼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맥주파는 아가씨>에 등장한 다솜이 여기에 전혀 다른 이미지의 인물로 출연한다는 점.
그렇지만 이 둘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점.
마침 다솜이 언급하는 '평범한 삶'이라는 단어가 이 둘을 엮어 주고 있다.
다른 그림이지만 그렇다고 붙여 볼 수 없는 것도 아닌 그림.
단편과 단편을 붙였을 때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는 재미. ex)<옥희의 영화>
<맥주파는 아가씨>를 보고선 '남자는 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프랑스 영화처럼>까지 보고 나니 '여자는 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을 모으면 그 중에서 몇 개 빵꾸가 있기 마련인데
아쉬운 작품은 있어도 다들 좋은 단편이었다.
생각해 보면 신연식 감독의 영화는 한 편 걸러 한 편 좋았던 것 같다.
<러시안 소설>과 마찬가지로 화면이 되게 예쁜 영화였다.
조명 때문인건지 보정을 잘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부드럽고 예쁜 질감이었다.
다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ㅎㅎ
극장에서 신연식 감독을 보았지만 관객들 앞에 공식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한 번 인사라도 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