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2일 목요일

<곡성> 다시 봐야 한다.



좋든 싫든간에 이 영화가 엄청난 영화임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맞닥뜨렸던 그 엄청남에 친구와 몇시간동안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다. 영화를 처음부터 재구성하던 우리는 특정 지점에서 생각이 갈렸고 갈 데가 있어 일단 그 상태로 헤어졌다. 의견이 갈렸던 지점 중 하나는 무명(천우희)이 종구(곽도원)를 설득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꺼림칙함이다. 나는 무명이 정말로 종구의 편에 선 자였다면 더 적극적으로 그를 설득하려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봤을 때 무명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듯, 최선을 다해 종구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곡성>은 나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가 없는 퍼즐이었다. 아무리 맞춰 봐도 애초에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조각들처럼.
하지만 얼마 후 보게 된, <곡성>을 완전 해석한다는 글들은 내가 내렸던 결론과는 다르게 확실했다. 내가 틀렸나보다. 저쪽이 맞나 보다. 꺼림칙하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그 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곡성>을 보았고 유행어도 아직까지 떠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곡성>을 제대로 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되는 걸까. <곡성>의 흥행은 유행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지금 남은 것은 놀랍게도 없다. 나는 아직까지도 <곡성>에 대해 사람들이 내렸던 해석에 믿음이 안 간다. 나는 내가 스스로 영화의 퍼즐을 완성할 수 없었던 이유들을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언젠가 <곡성>을 다시 한 번 보고 하나하나 짚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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