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7일 수요일

<자유의 언덕> 드디어 결말에 대한 나름의 결론, 편지로 재현되는 과거 속의 현재형 내레이션


영화 소모임에 참석할 시간이 안 나서 세 명의 멤버끼리 따로 영화 얘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고른 영화는 <자유의 언덕>.


<자유의 언덕> 결말에 대한 또다른 생각



올해 들어 이미 두 번씩이나 본 영화지만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아직 할 얘기가 남아있었다.
나는 끊임없이, 이 영화의 러닝타임보다 긴 시간 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이야기했다.
결국에는 모든 이야기가 문소리와 와인을 한 잔 하고 잠이 든 카세 료의 꿈이었다는 해석과서영화가 잃어버린 편지 한 장이 마지막에 나온 것뿐이라는 해석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고 우리 모두 인정했다.
그리고 이 애매한 결말이 홍상수의 연출 스타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결국 하나의 농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을 보며 나는 카세 료가 자신이 들고 다니던 책 '시간'에 관해 했던 대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진화를 한 거라서, 어쩔 수도 없고요. 
나는 시간에 대한 이렇게 거창한 대사를 던져놓고서 흥미로운 전개방식을 보여주다가 이렇게 이야기를 될대로 돼라 식으로 결말지은 것이 불만족스럽다.




이번에 <자유의 언덕>을 보며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다.
극중 카세 료의 내레이션이 편지 속의 말투가 아닌 서영화가 읽고 있는 그 편지 속 순간의 현재형이라는 사실.
서영화는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마치 카세 료와 만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속에서 자기만의 현재형으로 살아있는 그와 실제로 만나지는 못 하고 있는 처지다.
이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냐 부정적으로 볼 것이냐는 보는 사람의 몫인가 보다.

홍상수 참 요상하게 영화 찍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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