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4일 일요일

<액트 오브 킬링> 영리한 다큐멘터리 연출

막상 영화는 지루하게 보았지만
동아리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번뜩이는 생각들이 몇개씩 들어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잡지에 올린 단평은
아직까지 위세를 떨치며 누군가에겐 추억으로 기억되는 어느 죄의 양상을 널리 알리는 횃불로서 강한 빛을 내다. 다큐멘터리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열쇠는 바로 연출이라고 감히 답을 내려본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큰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바로 다큐멘터리에 연출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
다큐멘터리에 연출이 대체 얼만큼 개입해야 하느냐를 가지고 논쟁이 많이 있지만
나는 <북극의 나누크>를 보고 나서 혼란스러운 상태로 있다가 <액트 오브 킬링>을 보면서 자연스레 답을 찾은 것 같다.


159분짜리 영화인 <액트 오브 킬링>에는 생각보다 정보 전달이 별로 없다.
그 긴 시간동안 다큐멘터리를 찍은 감독은 어째서 원숭이가 장기를 뜯어먹는 장면이나 출연자가 포효하며 타악기를 두드리는 장면들은 넣으면서 이 영화가 다루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주지 않았을까?
정답은 연출이다.
수없이 고민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은 진실을 폭로하는 어느 용감한 기자의 기사보다는 감독이 출연자들과 함께 하며 직접 느꼈을 인상에 가까웠다.
이 사건이 이렇게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영화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테고,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한 방법도 그렇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액트 오브 킬링>이 가해자들을 조명하는 방식은 남다르다.
바로 과거의 학살을 존경하는 척 가해자들에게 그 날들의 영광을 재현하는 영화를 찍게 하는 것.
이러한 연출을 통해 <액트 오브 킬링>은 과거로부터 아직까지 위세를 떨치는 어느 악의 양상을 효과적으로 담아내었으며 한 떨기의 불씨로써 이들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사회에 강하게 호소했다.
안와르 콩고라는 인물을 찾아 그가 약간의 후회를 보이는 모습까지 만들어내는 장면은 아주 영리한 연출가의 면모를 짐작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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