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5일 토요일
<엘레지> 멜로 그리고 감정이입
정통 멜로가 제일 어렵다는 게 이때문일까?
<사랑해, 파리>에서 인상적인 단편을 선보였던 이자벨 코이젯트 감독의 장편영화다.
약 5분여의 시간 내에 완결성 있는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보인 것을 보고 나는 나중에 그녀의 장편영화를 챙겨보기로 했다.
<엘레지>의 줄거리는 <사랑해, 파리>에 수록된 그녀의 단편과 닮았지만 일어나는 사건은 그 단편 속의 그것보다 흥미롭지 못하다.
112분의 러닝타임을 성실히 활용하지 않았다.
'이 아저씨의 매력은 대체 뭘까에 대해 고민하다 끝'이라는 코멘트만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감정 이입도 잘 안 됐다.
줄거리.
여자관계 복잡한 늙은 교수가 어린 제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우연한 일로 인해 헤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암에 걸린 제자는 교수를 찾아온다.
암에 걸린 제자가 교수를 찾아올 때는 우리나라의 연속극을 보는 줄 알았다.
평범하고 재미가 없다.
- 외부 장르의 혼용이나 기교 없이도 멜로는 정통 멜로만으로도 명작이 될 수 있을까?
<어바웃 타임>이나 <500일의 썸머>, <이터널 선샤인>... 생각나는 영화들은 죄다 빗겨나간다. <건축학개론>은? 흠...
특수하지 않은 보편적인 인물상만으로 좋은 멜로를 만들 수 있을까?
<엘레지>의 경우에는 남자주인공의 여자관계가 특수했다.
<나를 책임져, 알피>의 경우에도 남자주인공은 여자관계가 복잡하다.
<엘레지>보다 묘사되는 정도가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이 잘 됐던 건 무엇 때문이었나?
배우?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기교? 주인공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
무슨 영화든 감정이입이 중요하다.
허문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인공이 사랑하거나 그에게 의미 있는 군구가가 고통을 겪거나 죽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통이나 죽음 자체가 아니라, 그 누군가를 관객인 내가 동일시하는 주인공에게 사랑받을 만하고 의미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장치와 테크닉이다. 실은 3인칭에 불과한, 그것도 허구의 존재일 뿐인 '누군가'를 반드시 '당신'의 자리로 끌어와야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영화] 111p
기대하고 보았던 이자벨 코이젯트 감독의 <엘레지>.
다른 작품들도 이러한 나이브한 신파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언젠가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또 꺼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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