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 고민의 실체



거장 감독 알랭 레네의 유작.
포스터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서 이제 보게 되었다.
죽은 극작가의 유언에 따라 그와 함께했던 배우들이 모여 에우리디케 신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연극 '에우리디스' 영상을 관람하는 이야기.
간단해 보이지만 이 영화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영상 속, 그리고 영상 바깥 혹은 어디든 우리가 아는 이 신화에선 내용 자체만으로 더 이상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영화에서는 이 연극을 바닥으로 깔고 그 위에서 영상 속, 영상 바깥, 또 제 3세계 등 이곳저곳을 넘나드는 기교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똑같은 레퍼토리로 이 지루하고 졸린 시간은 계속된다. 언제쯤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까 하는 기대는 막이 바뀔 때마다 절망이 되었다. 이 영화는 너무 재미가 없었고...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해가 안 갔다.

어쩌다 이 영화에 관한 듀나의 글을 읽어보았는데 그의 글에 나온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에 관한 그 고민이라는 것의 실체가 없다. 이 곳 저곳 넘나들며 삶과 죽음의 경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어떻게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되는 걸까?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 영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가? 대체 무슨 고찰을 했단 말인가? 그것을 영화로 이렇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나?

어렵고 말고를 떠나 완벽하게 재미가 없었다. 줄거리에 실린 내용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기교가 따로 또 동시에 진행되는 영화. 이 영화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더 나한테 맞는 영화를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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