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맨 인 더 다크> 그 할배의 사연
이 날 본 네 편의 영화 중 가장 별로였다.
이게 마지막 영화였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눈 먼 노인의 지하실에 한 여인이 감금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다.
할배는 자신의 딸을 죽이고도 무죄처리된 가해자를 집 안에 가둬놓고 임신시켜 자기 자식을 낳으려 했던 것.
그 순간 객석 여기저기서 소리가 터져나왔다. "으으으..."
영화는 그렇게 이 노인을 악역으로 만들고 싶었던 걸까?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적을 더, 더 나쁜놈으로 만들어야만 했나.
마냥 나쁜놈도 아니고 사연이 있는 나쁜놈이다.
생각 없어야 할 영화의 안타고니스트가 애처로운 사연을 부여받으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순수한 스릴감만으로는 이 빈약한 영화를 지속할 수 없었던 듯.
돈도 빼앗아가고 산모도 아이도 죽게 만들고 주인공은 집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돈이 도난당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밝히는 할배가 새로운 산모를 찾고 있다는 암시도 얄팍하다.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을 공포로 받아들여달라는 이 영화가 징그러웠다.
할배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자기 딸을 사고로 잃은 것을 훌훌 털고 일어난 채로 어느날 새벽 강도들에게 당해야 했나?
무고한 피해자가 알고보니 나쁜놈이었다는 얻어걸린 반전은 징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절대 이뤄낼 수 없다.
할배가 얻어터지는 걸 보여주며 일말의 정의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면 나는 그 의도가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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