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동아리에서 발제하기로 했다.
유일하게 보지 않았던 그의 작품이 <비스티 보이즈>.
발제하는 김에 그의 남은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발버둥쳐 보지만 헤어나올 수 없는 인물들.
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기회가 없어 후반부에 가서 이들이 더욱 구질구질해질 때는 일말의 동정심조차 가지지 않고 혐오하게 되었다.
영화의 전체를 좌우하는 방향키가 되는 인트로부터 주인공들은 주로 롱샷으로 등장하고, 겨우 가까이서 잡힌 장면도 얼굴의 측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말하는 것도 죄다 거짓말인 사람들.
영화 초반에 자주 등장하는 거울들은 관객의 집중을 더욱 산만하게 흩트린다.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들과 거리를 두게 만드는 것이 연출자의 의도였다면, 그는 성공하기 어려운 위험한 결정을 한 것이다.
영화 전체가 목적지 없는 방황이다.
거리두기를 통해서도 이루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
윤계상과 하정우가 분한 두 명의 중심인물들.
서사 면에서 보았을 때 같이 한 화면에 잘 나오지도 않는 두 명의 인물이 동일한 영화에 등장해야 했을 필연성이 결코 메워지지 않는다.
윤계상이라는 배우는 이 영화의 미스캐스팅이다.
호스트바 멤버들 중에서 인상이 그렇게 특출난 것도 아니고 이중적인 면모를 감당해낼 연기력도 안 된다.
그의 선하디 선한 마스크로로 험한 연기는 수염 기르고 눈 크게 뜨는 것밖에 못 한다.
생각해 보니 윤종빈 감독의 네 편의 장편이 절반으로 나뉘어 극과 극이다.
<비스티 보이즈>, <군도> 짝수번째 영화는 별로였는데 다음 영화는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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