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을 보고 이런저런 좀비영화를 거쳐 드디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도착했다.
재밌다. 느린 좀비들에게서만 나오는 분위기가 있고 서스펜스가 있다. 달리는 좀비들을 피해 도망치는 것만이 긴장감을 주는 방법은 아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가장 특별하게 해 준 것은 바로 결말이다.
좀비들의 침입으로 흑인 청년 벤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좀비에 의해 죽어버린다.
아침이 밝고 좀비들을 사살해 불에 태우는 민병대는 벤을 좀비로 오인하고 먼 거리에서 살해한다.
시체가 된 벤이 쇠꼬챙이에 끌려나오는 사진과 불길이 피어오르는 영상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이 영화가 인종차별에 대한 하나의 경고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벤이 사람인지 좀비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총알을 발사한 민병대는 경찰이 무고한 흑인 청년을 범죄자로 오인해 총기로 살해했던 최근의 사건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아무도 벤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 한 채 영화가 끝이 난다. 암담하다.
내용상으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아쉽긴 했지만 고전 좀비영화의 공포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시리즈도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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