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7일 화요일

<라라랜드> 미아가 마침내 이뤄낸 꿈에 관하여



오프닝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는데 사실 그건 영화 시작하기 전에 틀어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예고편의 여운 때문이었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 없이 이름 모를 배우들로만 채워지는 오프닝 때문인지 영화 보는 내내 이상하게 나는 미아와 세바스찬에게 몰입이 안 됐다. 황홀한 데이트 장면들도 내게는 그저 그랬다. 자기 꿈에 도움이 안 된다며 여자친구를 차버리는 <위플래쉬>의 주인공이 다미엔 차젤레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끝에 가서는 뜬금없이 미아가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그 때 싸운 것 이후로 이 둘은 완전히 갈라섰나? 미아가 세바스찬과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더 설명해주었어야 한다.


위의 감상평은 내가 다른 사람이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들이다. 내게 <라라랜드>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특별했다. 나는 얼마 전 영화감독의 꿈을 접었다. 보러 가기 전 나는 <라라랜드>가 꿈에 대한 얘기랍시고 소용없는 응원으로 내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걱정했었다. 주저 끝에 보게 된 <라라랜드>는 정말 그랬다.

5년만에 미아는 카페를 찾은 스타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알바생에서 자기가 일하던 카페를 찾아 선심 쓰듯 자기 커피를 결제하는 스타의 자리에 오른다. 미아가 캐스팅 디렉터에게 캐스팅되었을 때부터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극중 미아가 오디션에서 보여준 연기는 잘 몰라도 그녀의 일인극을 찾은 몇 안되는 관객들의 악평을 우리는 들었다. 직접 판단할 시간을 영화가 허용하지 않았기에 글 솜씨도 잘은 모르지만 뛰어난 수준은 아닐 거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랬던 그녀가 캐스팅 디렉터의 남다른 통찰력에 의해 우연히 발굴되었을지라도 그녀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재능이 있고 어떻게 노력을 했는지는 알 노릇이 없다. 그녀가 배우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시간은 '5년 후'라고 자막처리될 뿐이고 우리는 그녀가 줄창 연애질 하다가 꽤 유명한 스타가 된 것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위플래쉬>의 엔딩에 전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정말로 주인공의 연주를 보고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바스찬은 멋지게 피아노 치기라도 했지 미아는 정말 한 게 없다.

<라라랜드>는 꽤 색감이 이쁜 영화라고는 할 수 있어도 꿈에 대한 영화라고는 절대 말 못 하겠다. 거듭된 실패 끝에 마지막 도전을 했는데 성공! 역시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나는 자기 능력을 못 믿는 미아의 대사에 뼈저리게 공감했다. 언젠가는 될 거라는 믿음을 갖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가 볼거리와 음악에 힘 쏟아야 하는 뮤지컬 형식이라는 사실이 소재를 불성실하게 다룬 사실에 대한 면죄부는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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