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실화가 되지 못한 설계


케이티가 다니엘의 글을 읽어주고 바로 끝나자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선명했다. 오로지 다니엘의 마지막 말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영화는 100분간 달려왔던 것이다. 분명한 주제의식은 내 머리에 쏙 박혔지만 매력은 없었다. 다니엘이 겪어온 불합리 하나하나가 사회비판을 위해 시나리오 작가의 머릿속에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였다면? 내 반응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약간의 가공을 거쳤지만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사람이 겪은 불합리는 현재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비극이 되고, 그 비극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창조된 인물이 당연히 부조리한 가상의 세계에서 겪는 사투가 불러오는 효과는 뜨뜻미지근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고발할 때는 실화영화 말고도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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