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8일 목요일

마광수 시집 [일평생 연애주의]



일평생 연애주의

나는야
평생 연애주의자

나는야
평생 변태성욕자

나는야
평생 허무주의자

나는야
평생 야한 남자

나는야
평생 오럴 섹스만

나는야
평생 고독, 절망, 쓸쓸만




정신적 사랑은 가라 中

하긴 그런 이유에서 진짜 우정은 반드시
동성애로 발전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

살을 섞는 만남, 피부끼리의 살갗접촉에 의한
섹시섹시한 만남만이
진짜 이심전심의 만남이 될 수 있어

전혀 말이 필요 없어지고 머리를 굴릴 일도 없어지고
오로지 육감적 접촉에 의한
육체언어만 춤을 추는
끈적끈적한 만남만이 진짜 사랑이야, 진짜 우정이야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中

아니, 그보다도 언제나 여학생들을 훔쳐보며 강의하는 나,
관능적 외로움에 가득 찬 나의 찝찝한 자위행위,
섹스에 굶주린 끝에 찾아오는 한없는 고독감,
미칠 듯한 로리타 콤플렉스의 주책없는 불타오름.




한국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보내는 충고 中

나는 야한 여자다.
나는 남자에게 서슴없이 몸을 주는 여자다.
야한 여자는 섹스에 적극성을 갖고서
'여성해방'에 대한 강박증에서 나온 '성 혐오증' 따위의
촌스러운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여자다.

어쩔래? 나를 마초들의 노예라고 욕할래?
모든 건 내 자유야.




내가 쓸 자서전에는 中

내 자서전에서 독자들은
너무나 고상한 지식인 사회에
섞여 살며 힘들어했던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슬퍼하는 사람(중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 내부의 도덕적 이데올로기가 보수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진보적인 지식인들이나 예술가들조차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예외가 아니다. 110p

문학이나 예술은 이러한 성적 호기심과 욕망을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다. 116~117p




영화쪽으로만 너무 편중된 문화 소비를 하고 있던 터라 시집을 찾아보고 있던 와중에 마광수의 이름을 찾고 바로 책을 샀다. 나는 명성 자자한 마광수의 에로티시즘 문학이 궁금했다.

지금까지 보던 시들에 비해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다. 하지만 시를 잘 쓴 것 같지는 않다. 읽다 보면 상투적인 표현들로만 가득한 시도 보이고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시도 보인다. 시 한 편 한 편보다는 한 권의 책에 담긴 맥락을 통해 마광수라는 한 사람을 생각하고 나아가서 말미의 해설에서 지적하는 도덕적 이데올로기를 보게 된다.

야한 묘사로 화제가 된 작가는 있지만 자신의 성을 정체성 삼아 전면에 내세우고 세상과 맞서는 작가는 드물다. 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마광수의 작품들을 더 읽어볼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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