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다루는 꿈은 밴드 하겠다는 꿈이다. 나는 영화 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지금은 영화 하고싶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다. 나는 한때 내 꿈에 대해 열심히 떠들고 다녔던 사람이고, 지금은 어떻게 됐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껄끄럽다. 내가 영화를 많이 알고는 있지만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내 야심을 만족시킬 능력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도 많이 지쳤다. 또 이렇게까지 희생하면서 영화를 하고 싶지도 않다.
누구도 나를 안타깝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내 이유를 변명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싫어져서 그만두는 거였음 좋겠다.
스러져가는 풍경들.
영화 시작부터 밴드 멤버 한 명이 떠난다. 나이트클럽이나 동네 행사장에는 짝퉁가수들이 언제나 있다. 허구한날 멤버들은 여자 문제로 싸우기 바쁘다. 어릴 적 자기한테 눈길 한 번 안 주던 예쁜 여자애는 트럭 몰면서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기타 선생님은 알콜중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하는 나이트클럽 사장이 마음에 안 든다던 애는 음악 배워서 다시 일하러 들어간다. 동네를 떠난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 멋진 카페에 데려가니 프러포즈하는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다.
우울하고 힘이 없다. 꿈을 가진 나로서는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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