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6일 화요일

<와이키키 브라더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산다는 거











어젯밤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너무 슬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꿈에 대한 비관론이다. 나는 여기에 즉각 반박하고 싶으나 어찌 할 말이 없다. 영화 전체가 스러져가는 풍경들이다. 고작 17분 나오는 과거의 추억마저도 어째 짠해 보인다.



영화가 다루는 꿈은 밴드 하겠다는 꿈이다. 나는 영화 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지금은 영화 하고싶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다. 나는 한때 내 꿈에 대해 열심히 떠들고 다녔던 사람이고, 지금은 어떻게 됐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껄끄럽다. 내가 영화를 많이 알고는 있지만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내 야심을 만족시킬 능력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도 많이 지쳤다. 또 이렇게까지 희생하면서 영화를 하고 싶지도 않다.
누구도 나를 안타깝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내 이유를 변명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싫어져서 그만두는 거였음 좋겠다.


스러져가는 풍경들.
영화 시작부터 밴드 멤버 한 명이 떠난다. 나이트클럽이나 동네 행사장에는 짝퉁가수들이 언제나 있다. 허구한날 멤버들은 여자 문제로 싸우기 바쁘다. 어릴 적 자기한테 눈길 한 번 안 주던 예쁜 여자애는 트럭 몰면서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기타 선생님은 알콜중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하는 나이트클럽 사장이 마음에 안 든다던 애는 음악 배워서 다시 일하러 들어간다. 동네를 떠난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 멋진 카페에 데려가니 프러포즈하는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다.
우울하고 힘이 없다. 꿈을 가진 나로서는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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