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1일 일요일

야한 영화보기 2.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거짓됨의 패배, 진솔함의 승리



섹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레이엄의 비디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이다.
나는 야하거나 도발적인 작품을 기대했지만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섹시한 신시아, 섹스 얘기하는 여성의 비디오를 보며 자위하는 그레이엄을 보며 나름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정열을 느껴보고자 했으나 아쉽게도 그저 그랬다.
인물들이 엄청 매력적인 것도 아니라 보는 재미도 없었다.


섹스가 과대평가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앤의 캐릭터가 너무 앞뒤 꽉 막히게 표현될 때 나는 살짝 걱정했다.
이 영화는 앤이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섹스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들을 비웃기만 하는 게 아닐까?
답답한 앤에 비해 좀 더 시원시원한 신시아가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영화는 신시아 쪽을 좀 더 긍정적으로 그리는 듯했다.

하지만 결말부에서 전세는 역전된다.
존은 신시아와 불륜을 가지느라 미루곤 했던 의뢰를 잃었고, 신시아는 여전히 한적한 바에서 일하며 단골 손님의 추근거림은 끊이지 않는다.
일자리도 얻고 자신에게 맞는 짝도 찾은 앤은 신시아에게 가서 은근히 자신의 현재 위치를 과시한다.

이 결말이 당혹스러웠던 이유는 이 영화를 앤으로 대변되는 보수적인 가치관에 대한 신시아로 대변되는 진보적인 가치관의 승리로 읽으려던 나의 시도가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지적하는 건 신시아와 존의 진보적인 가치관이라기보다는 부적절한 관계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다.
이 영화는 어느 쪽 성 윤리관의 승리도 패배도 아닌, 거짓됨과 진솔함에 관한 이야기였다.

단순하고도 뻔한 도식이지만 영화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아쉽게도 야한 영화를 찾으려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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