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일 토요일

미드 [트윈 픽스] 시즌 1&2를 보고


등하굣길에 폰으로 보던 미드 [트윈픽스].
정말 좋아하는 영화 감독 데이빗 린치의 작품으로 유명한 미드이다.
미드는 물론이고 드라마 자체를 정주행 성공한 게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시즌 2 초반에 로라 파머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지고 윈덤 얼 에피소드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루즈해진다. 완결까지 참고 보느라 고생했다. 실컷 딴 얘기 하다가 에피소드 끝나기 2분 전에 툭 던져주는 떡밥 가지고 겨우 버텼다. 90년대 드라마라 그런지 요즘의 드라마에 비해 호흡이 많이 느리기까지 하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트윈 픽스에서 여대생 로라 파머가 시체로 발견되어 그 곳에 파견된 FBI 요원 데일 쿠퍼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마을 이야기.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추리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잡다한 마을 내 인간관계가 주로 다뤄져 그 답까지 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잡다한 마을 내 인간관계는 정말 쓸데없다. 누군가는 이것을 트윈 픽스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즌 1,2를 보았을 때는 재미도 없고 긴장감도 없을 뿐더러 궁금하지도 않다. 시즌 3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지켜봐야겠다.

흥미로웠던 건 좋든 싫든 수사관 데일 쿠퍼가 초월적인 힘으로 수사를 해나간다는 것. 초능력 수사관 데일 쿠퍼! 추리물을 써나가는 센스는 매우 부족하다. 하지만 쿠퍼가 꿈이나 환상을 통해 단서를 얻는 장면의 연출이 너무 좋았다. 지금 봐도 이게 어떻게 TV 드라마에 나와? 할 정도로 매우 신기한 이미지이다. 아예 쓸데없는 거 빼 버리고 검은 오두막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킬러 밥이라는 캐릭터의 존재이다. '순수한 악'이란 것을 한 명의 배우를 이용해 표현하다니 놀랍다.

검은 오두막 장면, 거인 환상, 킬러 밥 환상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명장면이다. 그런데 딱히 중요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장면 하나가 있다. 벤 혼과 제리 혼 형제가 호텔이 망해가는 상황에서 회상하는 과거 씬이었다. 그들은 이층침대에 누워 어느 외국인 소녀가 추는 춤을 보고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이라 프레임 수가 적었던 것 같다. 그 장면을 찾고 싶은데 어느 에피소드인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린치의 드라마까지 정주행하며 린치 월드를 구경해 보았다. 드라마 [트윈 픽스]는 이해 가능한 스토리에 린치 특유의 연출이 더해진 드라마이다. 걸출한 드라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린치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면들에선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보지 못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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