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1일 일요일
<개그맨> 의도했을까 의도하지 않았을까, 알 수 없어서 매력적인
이종세의 얼굴을 보고 누구나 소리내어 웃는다.
하지만 웃는 사람들이 연기를 너무 못 해서 억지로 웃는 것 같다.
이종세가 정말로 웃긴 사람이었으면 그냥 연기력이 떨어지는 보조출연자를 썼구나, 하고 넘어갔을텐데 내가 보기에도 이종세는 정말로 안 웃긴 사람이었다.
<개그맨>에 대해서도 영화잡지에 글을 기고하려는데, 글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1. 관객이 보이지 않는 수지 큐 댄스 장면.
이상하게 공허한 모터 돌아가는 소리, 어둠이 강조되는 스포트라이트 조명.
관객의 웃음소리가 정확한 타이밍에 나오지 않는다.
관객석은 한 번도 비춰주지 않는다.
관객들을 부를 제작비가 부족했던 걸까?
오프닝에서는 관객들이 나왔다. 찍으려 했다면 한번에 관객들 리액션 장면도 딸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돈도 있었고 관객의 얼굴도 넣으려 했으나 실수로 못 넣은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씬의 매력은 세 명의 인물이 Suzie Q를 공연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황신혜가 가운데에 서고, 안성기와 배창호가 양 옆에 서서 요상한 춤을 춘다.
양손을 배 양쪽에다 가볍게 주먹쥐고 몸을 꿀렁인다.
배창호의 배가 유난히 눈에 띄고, 합이 참 안 맞는다.
자세히 보면 배창호는 계속해서 안성기 쪽을 보며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배창호 캐릭터가 실제로 어수룩한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진짜로 배창호가 춤을 못 춰서일까?
아무튼 황신혜는 노래를 못 부른다.
안성기와 배창호는 연이어 무대 양 옆을 박자에 맞춰 왕복해 뛰어다닌다.
이걸 보면 안성기와 배창호가 거울 딸린 연습실에서 넉넉하지 못한 시간동안 연습했을 것이 상상이 된다.
카메라는 세 인물의 뒷모습을 로우앵글을 잡아 어떻게든 관객석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이건 분명하다.
그리고 노래가 끝날 때쯤에는 안성기와 배창호가 배 앞에서 주먹을 쥐고 바퀴처럼 굴린다.
노래를 못 부르는 황신혜, 춤 못 추는 배창호, 열심히 하는 안성기.
2. "얼마 전에 해외 토픽을 보니까요, 불란서 파리에서 어느 조종사가 경비행기를 몰고 그냥 관제탑을 들이받겠다고 그러더래요. 그 이유를 물으니까, 뭐? 일신상의 문제 때문에 그랬다나요? 참.. 세상엔 별 놈 다 많죠?"
나는 여기서 '일신상의 문제'라는 표현을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았다. ~이러이러한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런 대사를 여기에 배치해 놓았을까.
오프닝에서 문도석이 하던 의미없는 말들과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이걸 상징적인 대사로 처리하려 해도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
일신상의 사유라..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한데 그걸 말하기 애매한 상황일 때 쓴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새로운 말을 배웠다. 하지만 쓸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나가고 싶은 톡방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톡방을 나갑니다'라고 쓰고 나갔다.
꿈이든 뭐든, 엔딩은 황량한 느낌이다.
3. 이종세는 누구인가. 개그맨? 지금의 개그맨이라는 용어와는 너무 다른 느낌. 밤무대 MC.
단순한 밤무대 MC라고 보기엔 너무 이상하다. 옷 입고 다니는 것이 특히나. 그는 정신이 좀 이상해 보인다.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문도석 쪽의 심정이 더 쉽다.
영화감독? 그가 썼다던 시나리오는 무슨 내용일까? 잠깐 얘기해주는 장면에서는 액션영화 시나리오로 보인다. 그런데 피 대신 케첩을 쓴다니...
꿈 바깥의 그도 개그맨으로 보인다. 그도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종세일까?
그렇다면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종세의 허무맹랑한 상상..
상상 속 그의 시나리오엔 내용이 없고,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만 주어져 있다.
4. 영화에서 받은 느낌 정리
황량하게 연출해서 황량했다.
웃기려 했으나 웃기지 않은 것은 맞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든다는 겉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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