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4일 일요일
< T2: 트레인스포팅 2> 팬심 그득한 2번의 감상 / T2의 문제점
다시 본 <트레인스포팅>은 정말 완벽한 작품이었다.
잡지에 트레인스포팅에 대해 글을 쓰려고 준비하던 중에 <T2> 파일을 구해서 보게 되었다.
오프닝은 전작 팬의 가슴을 뛰기에 충분했지만 영화 자체는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두 번 보니까 정말 좋다 ㅎㅎㅎ
일단 T2는 아쉽게도 전작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 하는, 말그대로 '속편'이다.
내가 오프닝 직후에 김이 샌 것처럼, 추억팔이는 그리 오래 가지 못 한다.
하지만 본 영화는 애초에 전편의 추억팔이 이상의 작품이 되려는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내용은 암스테르담에서의 새로운 인생에 실패한 렌튼이 기어코 자기가 배신했던 옛 친구들을 찾아가고, 탈옥한 벡비가 렌튼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이다.
인물들은 늙어버렸고 고추도 잘 안 서며, 어린 애에게 자기 할 말만 한다는 소리나 듣는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은 과거를 알 때 더욱 깊이 와닿기에, 아무래도 전편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몰입하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T2를 보고나서 전편을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
T2에는 트레인스포팅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만한 요소가 없다.
T2를 처음 봤을 때 느낀 문제점은, 관객이 흥미롭게 지켜볼 영화 자체의 목표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중심 플롯은 식보이와 벡비의 렌튼에 대한 복수이다.
하지만 복수 계획은 제대로 없고 웬 처음 보는 여자 꿈을 이뤄준답시고 식보이와 렌튼이 매춘 사업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업은 이미 업계를 쥐고 있는 깡패가 있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중단된다.
벡비는 그저 우연히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춰서 렌튼을 만나 복수를 시도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중심이 안 서있고, 우연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T2가 나온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이들이 다시 뭉치는가 하는 의문인데, 영화는 렌튼을 설득력 있는 이유 없이 그냥 에든버러로 돌아오게 만든다.
게다가 렌튼이 식보이가 자살하려던 타이밍을 기가막히게 맞춰 도착한 것과, 또 마침 벡비가 그 때 탈옥한 것도 너무 작위적이었다.
게다가 렌튼은 굳이 식보이, 스퍼드와 사업까지 벌이다니.
네 명의 인물들을 너무 억지로 모은 것이 티가 난다.
러닝타임은 117분. 전편에 비해 25분 정도 늘어났다.
그만큼 캐릭터들은 더 깊어졌지만 속도감은 덜하다.
어쩌면 T2는 앞으로 20년 뒤에 나올 T3를 위한 준비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내내 네 명의 주인공 그들의 입장에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그들의 미래를 열어놓는 식으로 끝이 나버리기 때문이다.
T2는 좀 실망이었어도 40년에 걸친 트릴로지가 완성된다면 그건 인정할 만하다.
나이듦이 20년 뒤라면 더 절실하게 와닿을 것 같다.
T2가 어떤 영화인지 잘 알고 나서 다시 한 번 볼 때는 정말 좋았다.
트레인스포팅 재탕 삼탕이 즐거운 것처럼, 이 영화도 좋아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니 그냥 재밌게 지켜보게 된다.
트레인스포팅 1편을 하도 재밌게 만들어서 이런 반응이 나온 거다.
20년 뒤에 3편은 제발 모든 혼을 끌어모아 제대로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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