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0일 화요일

<나의 연기 워크샵> 우울한 친구 얘기를 들어주는 기분



<초행>을 봐야 했으나 미루고 미루다 종영해버렸다.
인디스페이스에서 하는 영화 중 그나마 재밌어 보이는 것이 <나의 연기 워크샵>이었다.
줄거리도 대충 읽고 그냥 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나오겠거니 하고 보러 갔다.

극장엔 나 혼자밖에 없었다.
영화는 초반에 연기를 배우는 학생들을 보여주다가 두 사람의 감정이 묻어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도 수업의 일부였음이 밝혀진다.
또 연기 수업 장면이 나오고, 또 다른 두 사람의 감정이 묻어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그것이 수업의 일부였다.
딱 그때까지만 재미있었다.
영화가 내게 게임을 걸어오나보다 하고 집중했지만 '현의 일기'라는 것이 나오면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를 지경으로 영화는 흘러갔다.
읊어주는 사람은 네 명이지만 각본은 그 예민하고 감수성 짙은 사람 한 명이 쓴 것처럼 다채롭지 못 했다.
내내 우울한 얘기만 나와서 마치 우울증 걸린 친구의 슬프디 슬픈 과거 얘기를 2시간씩이나 들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이 영화와 맞지 않았던 이유를 정리해 보자면
1. 영화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2. 우울한데 설득이 안 된다.

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인데 안 맞아서 너무 안타깝다.
집에 와서 보니 안선경 감독이 <파스카>를 찍었던 사람이었고, 그 영화의 주인공들도 이번 영화에 출연했다.
<파스카>를 안 좋게 봤었기 때문에 그걸 알았더라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아무 정보 없이 영화 보러 가도 그 감독이 무슨 사람인지는 잘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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