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5일 월요일
<엑시스텐즈> 각본은 못 쓰지만 꽤 매력적인
데이빗 크로넨버그에 빠져서 예전에 아쉽게 봤던 <비디오드롬>의 속편 격이라는 <엑시스텐즈>를 보았다.
가상현실 게임 제작자와 경비원이 음모에 맞선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크로넨버그 특유의 디자인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가상현실 게임기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피부와 혈액을 가졌고, 플레이어는 척추에 구멍을 뚫어 게임기와 직접 접촉한다.
금속 탐지기 단속을 뚫기 위해 뼈로 제작된 총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영화 '게임'이라는 것의 만듦새가 너무 조악하다.
대체 목적이 무엇인지,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게임같지가 않다.
크로넨버그가 큰그림은 잘 그려도 대사를 통한 구체적인 상황 설명은 정말 못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결말은 꽤 흥미롭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결국 게임 속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 게임 바깥에서의 인물들은 게임 속에서 벌어질 법한 상황을 연출한다.
총을 겨눈 주인공들에게 한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이봐, 내게 진실을 말해줘. 우리 아직도 게임 속에 있는 거야?"
영화는 가상현실이 너무나도 현실같아져 버렸을 때 우리의 인지능력이 그것을 구분하지 못 할 거라는 두려움을 핵심으로 삼는다.
이는 비디오와 TV에 대해 경고하던 고리타분한 옛날 영화들과 동일한 패턴이지만, VR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꽤 흥미롭게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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